더 북한 분수대

로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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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인류의 많은 발명품이 그랬던 것처럼 로켓 역시 중국에서 먼저 개발됐다. 1232년 몽골군의 침략에 맞서 사용했다는 기록이 전해 오는 ‘비화창(飛火槍)’을 로켓의 시초로 본다. 이는 대형 화살에 화약이 가득 담긴 통을 매달고 여기에 불을 붙여 적진을 향해 쏘는 형태였다. 지금도 중국어로 로켓을 불화살이란 뜻의 ‘화전(火箭)’이라 쓰는 연유다. 그냥 화살에 불을 붙여 팔 힘으로 쏘는 게 아니라 화약이 맹렬히 타면서 연소가스를 분출할 때 생기는 추진력으로 날아가는 것이니 로켓의 원리와 일치한다.

지난해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해진 신기전(神機箭)은 비화창보다 200여 년 후인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첨단 무기였다. 여러 가지 모델 가운데 가장 큰 대신기전은 길이 5.3m의 화살 맨 앞부분에 화살촉 대신 질긴 한지로 만든 화약통을 부착해 이동식 발사대(화차)로 쏘는 방식이었다. 고성능 폭약을 주입한 화약통이 탄두 역할을 했고 한꺼번에 화살 100여 개를 발사할 수 있었다니 일종의 다연발 로켓포였던 셈이다. 주로 압록강변의 국경 지대에 실전 배치되었던 것으로 전해져 온다. 이 신기전은 1993년 옛날 모습 그대로 복원해 대전엑스포 개막식 때 발사한 적이 있다. 다른 고대 로켓들과 달리 설계도가 온전히 전해져 내려온 덕분이다. 비록 세계 최초는 아니지만 복원 가능한 최고(最古)의 로켓으로 자부해도 좋은 유산이다. 복원된 중신기전의 사거리는 200m 가량에 이르렀으니 압록강 너머 오랑캐를 혼쭐내고도 남을 만했다.

현대적 형태의 로켓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맹위를 떨친 독일의 V-2 미사일을 시초로 삼는다. 1t 분량의 탄두를 싣고 360㎞까지 날아갈 수 있었던 V-2는 1942년부터 45년까지 유럽 대륙에서 바다 건너 영국을 향해 3000발 이상이 발사돼 2754명의 사망자와 6523명의 부상자를 냈다. 당시 영국 공군사령관이던 R V 존스는 “영국 정치인들은 그 위협에 넋을 잃었다. 심리적 이유로 인해 항공기로 운반되는 5t의 폭탄보다 로켓으로 운반되는 1t의 폭탄이 훨씬 더 겁에 질리게 했다”고 술회했다. V-2는 오늘날 우주발사로켓과 탄도미사일의 원형이 됐다.

인공위성을 쏘는 것이라고 큰소리치던 북한의 로켓 발사가 결국 궤도진입 실패로 막을 내렸다. 1년치 식량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거금을 들인 쇳덩어리가 바닷속에 잠겼다고 생각하니 그저 허망할 따름이다. “가난하다고 우주개발도 못하나”(영국 주재 북한대사)고 반박하는 모습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신기전을 개발해 자주국방을 다졌던 세종대왕이 백성들 굶겼다는 소리는 여태껏 들어본 기억이 없어서다.

예영준 정치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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