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당한 용병킬러 김현국, 30일경기 출전 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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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게 뭡니까. 때린 현국이는 못뛰고 맞은 스트릭랜드는 펄펄 날고…. " 26일 현대와의 경기를 앞두고 나산 황유하 (42) 감독은 팔꿈치 부상으로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김현국 (27) 을 가리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김은 지난 15일 삼성과의 경기도중 존 스트릭랜드의 얼굴을 팔꿈치로 때려 이빨 4개를 부러뜨리는 중상을 입혔다.

그러나 이때 김 자신도 팔꿈치가 찢어져 3바늘을 꿰매고 관절이 부어 볼을 만지지도 못하는 부상을 당했다.

결국 김은 현대와의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황감독의 우려대로 나산은 수비에 구멍이 뚫리며 연장접전 끝에 현대에 역전패했다.

벤치에서 목이 쉬어라 응원을 보냈던 김현국은 이날 패배가 자신의 책임이기라도 한듯 고개를 숙인채 경기장을 떠났다.

27일은 팀훈련이 없었지만 김은 외출도 하지 않고 숙소에 틀어박혀 경기 비디오를 수없이 다시 봤다.

"스트릭랜드가 워낙 많이 다쳐 저는 아프다는 말도 못하겠어요. " 김현국은 삼성과 경기를 치른 이튿날 구단직원에게 부탁해 본의 아니게 스트릭랜드에게 피해를 준데 대해 사과하는 영문편지를 보냈다.

김은 "스스로를 질책하며 느끼는 아픔만은 스트릭랜드 못지 않다" 며 괴로워하고 있다.

김현국은 터프한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 매우 거친 선수로 알려져 있지만 속내는 여자처럼 섬세하고 소심한 성격이다.

'사부' 인 경희대 최부영감독이 늘 "약한 성격이 문제" 라고 지적할 정도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은 누구보다 철저하고 '기량은 뒤져도 마음부터 지고 들어가진 않겠다' 는 각오로 매경기 사력을 다하고 있어 황유하 감독의 신임이 두텁다.

김은 용병선수를 가장 잘 막는 수비수중 하나로 꼽힌다.

김현국은 28일부터 볼을 만질 계획이다.

통증이 여전하고 무리하면 꿰맨 자리가 터질 수도 있지만 오는 30일 동양과의 경기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출전하겠다는 각오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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