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5일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종합통제센터에서 직원들이 항공기 우회 항로를 확인하고 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을 시점에 항공사의 항공기들은 우회 항로를 이용해 정상 운항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속셈은 뭘까요.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겁니다. 로켓 기술은 기본적으로 탄도미사일 기술과 동일하기 때문에 1998년보다 사거리가 늘어난 이번 로켓 발사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확보란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음을 보여준 셈이죠.”
-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하지 않았나요.
“위성은 사실 주된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이 이번 발사를 통해 장거리미사일의 성능을 시험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궤도 진입에 실패함으로써 알래스카나 하와이를 타격할 수 있는 정도의 사거리(8000㎞급)를 확보했는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한국을 겨냥하거나 한국 상공을 통과한 것은 아닌데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이유는 뭔가요.
“북한의 핵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2006년 10월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날려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장거리 미사일 기술은 핵탄두를 장착해 원거리까지 쏘아 보내는 능력입니다. 그런 뜻에서 미사일을 ‘대량살상무기(WMD) 운반수단’이라 부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미사일 기술까지 확보하면 한반도의 안보 균형은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핵을 가진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는 재래식 무기로 메울 수 없는 전력 불균형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죠. 핵무기는 소량으로도 막대한 파괴력을 갖기 때문에 그 수가 많고 적음보다는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일본 등 주변국가에서는 어떤 파장이 예상될까요.
“당장 일본의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해 군비 강화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가 직접적인 계기가 돼 일본은 정찰위성을 개발했고 2006년 대포동 2호 발사 때에도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앞당긴 전례가 있습니다. 일본이 무장을 강화하면 중국·러시아도 자극하게 되고, 한국도 그 연쇄 파장에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면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남은 관건은 무엇인가요.
“북한이 핵폭탄을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하는 기술이 관건이 됩니다. 적어도 핵탄두의 무게를 500㎏ 안팎으로 줄여야 군사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무게가 무거우면 미사일이 멀리 날아갈 수 없기 때문이죠.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계속 흐르면 소형화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북한이 미사일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요.
“북한은 원래 러시아의 기술로 1970년대에 미사일 제조를 시작했지만 그 이후 자력으로 기술을 개발해 이란·파키스탄·시리아 등의 나라들에 미사일 기술과 부품을 수출해 왔습니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미사일 기술이야말로 주요 외화 수입원이 됩니다. 북한은 또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상을 하면서 미사일을 일정 기간 발사하지 않는(발사유예) 대가로 거액의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