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본 북한 로켓] 인공위성 아닌 ‘대량살상무기 운반체’ 시험한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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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5일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종합통제센터에서 직원들이 항공기 우회 항로를 확인하고 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을 시점에 항공사의 항공기들은 우회 항로를 이용해 정상 운항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위성으로 포장한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국제사회는 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 불이익을 무릅쓰고 로켓을 발사한 이유와 로켓 발사가 우리 사회에 주는 안보·경제·사회적 위협이 무엇인지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편집자 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속셈은 뭘까요.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겁니다. 로켓 기술은 기본적으로 탄도미사일 기술과 동일하기 때문에 1998년보다 사거리가 늘어난 이번 로켓 발사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확보란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음을 보여준 셈이죠.”

-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하지 않았나요.

“위성은 사실 주된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이 이번 발사를 통해 장거리미사일의 성능을 시험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궤도 진입에 실패함으로써 알래스카나 하와이를 타격할 수 있는 정도의 사거리(8000㎞급)를 확보했는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한국을 겨냥하거나 한국 상공을 통과한 것은 아닌데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이유는 뭔가요.

“북한의 핵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2006년 10월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날려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장거리 미사일 기술은 핵탄두를 장착해 원거리까지 쏘아 보내는 능력입니다. 그런 뜻에서 미사일을 ‘대량살상무기(WMD) 운반수단’이라 부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미사일 기술까지 확보하면 한반도의 안보 균형은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핵을 가진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는 재래식 무기로 메울 수 없는 전력 불균형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죠. 핵무기는 소량으로도 막대한 파괴력을 갖기 때문에 그 수가 많고 적음보다는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일본 등 주변국가에서는 어떤 파장이 예상될까요.

“당장 일본의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해 군비 강화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가 직접적인 계기가 돼 일본은 정찰위성을 개발했고 2006년 대포동 2호 발사 때에도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앞당긴 전례가 있습니다. 일본이 무장을 강화하면 중국·러시아도 자극하게 되고, 한국도 그 연쇄 파장에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면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남은 관건은 무엇인가요.

“북한이 핵폭탄을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하는 기술이 관건이 됩니다. 적어도 핵탄두의 무게를 500㎏ 안팎으로 줄여야 군사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무게가 무거우면 미사일이 멀리 날아갈 수 없기 때문이죠.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계속 흐르면 소형화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북한이 미사일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요.

“북한은 원래 러시아의 기술로 1970년대에 미사일 제조를 시작했지만 그 이후 자력으로 기술을 개발해 이란·파키스탄·시리아 등의 나라들에 미사일 기술과 부품을 수출해 왔습니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미사일 기술이야말로 주요 외화 수입원이 됩니다. 북한은 또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상을 하면서 미사일을 일정 기간 발사하지 않는(발사유예) 대가로 거액의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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