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담장 허물기 … ‘안 하기’로 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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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도시공사가 지은 대구시 신암동 신암청아람아파트. 담장이 들어설 자리에 돌을 쌓고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건설업체 직원들이 막바지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공정식]

 지난달 24일 대구시 동구 신암동 신암청아람아파트 공사현장. 공사업체 직원들이 아파트단지를 돌며 시설물을 점검하느라 바빴다. 이 아파트는 15∼24층짜리 7개동(전체 665가구)으로 이달 말 입주가 시작된다. 단지 곳곳에서는 주민을 맞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산책로와 어린이 놀이터 등에 널려 있는 흙 먼지를 쓸어내고 화단에 나무와 꽃이 제대로 자리잡았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이 아파트는 담장이 없다. 정문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도로와 아파트의 경계는 화단으로 꾸며져 있다. 자연석을 쌓은 뒤 소나무·철쭉·회양목 등을 심었다. 남쪽 출입문 옆에는 분수대가 설치돼 물줄기를 쏘아 올리고 있다. 상가지역을 제외한 200여m 구간에 담장 대신 폭 4m의 녹지공간이 조성됐다. 800여㎡(240여 평)의 정원이 생긴 셈이다. 아파트 건설을 맡은 대구도시공사의 양헌석(52) 조경녹지팀장은 “이곳에 담장이 있다면 얼마나 보기 흉하겠느냐. 자체 조사 결과 담장 없는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처음부터 담장을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담장 허물기’로 주목 받은 대구시가 이번에는 ‘담장 안 하기’에 나선다. 두 운동을 동시에 전개하면 담장 없애기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담장 안 하기 운동 시동=조기암 대구시 자치행정과장은 “담장을 뜯어내는 것보다 건물 지을 때 담장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구시는 보수적인 도시 이미지를 벗기 위해 1996년부터 담장 허물기 운동을 벌여 왔다. 이에 따라 시는 이달 중 대한주택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 대한건설협회 대구지회, 대한건축사협회 대구지회, 대구도시공사 관계자와 구·군의 건축 담당자 등 50여 명으로 ‘담장 안 하기 운동본부’를 구성한다.

운동본부는 올해 설계에 들어가는 아파트 등 각종 건축물에 담장을 설치하지 않도록 캠페인을 벌일 방침이다. 담장 자리에는 소공원(녹지공간)을 만들어 쉼터로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조 과장은 “담장 할 곳에 소공원을 만들면 공사비가 더 들어간다”며 “이에 따른 부담을 덜 방안도 운동본부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화하는 담장 허물기=대구시는 담장 허물기를 통해 ‘저이산화탄소(CO2) 녹색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대상은 단독주택 밀집지역이다. 20여 가구의 담장을 뜯어내고 친환경 마을로 단장한다는 내용이다. 담장을 뜯어낸 자리에는 녹지공간을 만든다. 지붕이나 마당 한 켠에는 태양광발전 시설과 미니 풍력발전기, 지열 냉난방설비 등을 설치한다. 여기에서 생산된 전기는 집집마다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등을 밝히는데 사용된다. 시는 주민 편의를 위해 마당에 주차장을 만들고 골목길엔 보행로도 설치한다. 담장 허물기에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접목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시는 녹색마을 한 곳을 만드는데 10억원 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석동 자치행정담당은 “2010년부터 매년 10곳씩 녹색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 사진=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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