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발표 3분기 경제성적표 분석…투자·소비심리 위축 앞으로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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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체감경기와 지표경기의 괴리가 너무 심하고,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이 따로 놀고있다.

기아사태 이후 기업의 잇딴 부도로 경제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금융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데도 성장률은 6%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3분기중 한국경제의 성적표를 보면 실물쪽에서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징후를 쉽사리 찾을 수 있다.

2분기까지만해도 재고증가율이 10%대를 웃돌았으나 3분기에는 거품생산이 제거되면서 4.8%로 뚝 떨어졌다.

기업들의 재고 부담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수출도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사실상 성장을 주도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도 9월부터 작은 폭이나마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0월말현재 3.8%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체감경기는 딴 판이다.

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민간소비증가율이 평소 수준 (7~8%) 수준을 밑도는 5%증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체감경기를 잘 가늠케해주는 기업의 교역조건은 3분기중에도 거의 개선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크게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한은은 내놓고 있다.

여기에다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설비투자증가율도 17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요컨대 아직도 수출만 호조를 보이고 있을뿐 투자및 소비심리는 얼어붙어있다는 얘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설사 내수부문이 회복되더라도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우리경제의 회복속도는 그만큼 더디어질수 밖에 없다.

고장난 금융시스템이 실물경제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기때문이다.

김영대 (金榮大) 한은 이사는 "현재의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된다면 우리 경제는 내년초부터 완만한 회복세로 돌아서겠지만 그렇지않을 경우 투자심리 위축으로 회복 속도가 늦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도 최근의 통화위기로 우리나라 경제가 향후 2년간 5%이하의 저성장을 기록하는 가운데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맞게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위해서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대선후 새 정부가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펴고, 사회분위기 이완으로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이 오르고 노사관계가 악화되면 우리 경제는 또 다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박의준.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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