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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선진 도시를 가다 <중> 독일 프랑크푸르트·뮌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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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1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20㎞ 떨어진 에슈보른의 gtz사를 찾아갔다. 물과 에너지·교통에 관한 기술을 컨설팅하는 이 회사는 ADFC(독일자전거클럽)로부터 올해의 ‘친(親)자전거 기업’ 대상을 받았다. ADFC는 매년 ‘바이크 앤드 비즈니스(Bike+Business)’ 참여 기업들을 평가해 상을 준다. 바이크 앤드 비즈니스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된 기업·직장 단위의 자전거 출퇴근 운동이다.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이 회사의 사옥은 3∼4층짜리 4개 동으로 구성됐다. 각 사옥의 옥상에는 지붕을 덮을 정도의 옥외 자전거 주차장을 갖췄고, 지하에도 50여 대를 수용하는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 이 주차장에서 10m 이내의 거리에는 샤워실과 탈의실이 마련돼 있다.

gtz는 2004년부터 직원들의 자전거 출퇴근을 연구해 왔다. 미래 환경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서 자동차 문화를 바꿔 보자는 취지였다. ‘교통 수단=자동차’라는 생각에 젖어 있는 직원들의 의식과 행태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새 사옥을 지을 때 실내 자전거 주차장과 샤워실 등을 포함시켰다. 사내 인터넷망을 통한 캠페인과 자전거 세미나도 수차례 열었다. 2006년 1500명의 직원 중 6%가 참여하던 자전거 출퇴근은 지난해에는 15%로 뛰어올랐다. 차량 100여 대분의 사내 주차 공간을 활용할 정도가 됐다.

신문을 통해 친자전거 기업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기업 이미지도 달라졌다. gtz의 슈테판 폴 바이크 앤드 비즈니스 담당은 “스포츠 활동(자전거 타기)을 하는 직원들의 작업능률이 더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는 사람과 일터 간의 거리를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로 잇는 데 성공한 도시다. 2002년 ADFC가 기업·직장 단위의 자전거 타기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ADFC와 시 정부, 기초자치단체, 기업의 4자 협의체가 원동력이 됐다.

근로자들의 건강 증진과 기업 이미지 제고, 환경보호라는 이점 덕분에 기업들도 적극적이었다. 2006년 본궤도에 오르면서 지난해에는 15개 대기업(전체 근로자 3만5000명)과 9개 기초자치단체(전체 직원 1만5000명)로 늘어났다.

초기부터 참여한 독일연방은행의 경우 2004년 6%의 직원들이 참여했지만 지난해 12%로 늘어났다. 하나우-볼프강 산업단지, 오펜바프 병원, 독일항공안전공사 등도 바이크 앤드 비즈니스 멤버다.

2007년에는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다른 도시들로 확산되고 있다. 의료보험공단은 비만 근로자들에게 ‘자전거를 타라’고 권하며 바이크 앤드 비즈니스를 거들고 있다.

바이크 앤드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규모에 따라 1000~1만 유로의 부담금을 낸다. 이 돈 대부분은 근로자들이 자전거를 더 많이 타도록 하는 데 쓰인다. 노어베르트 산덴 ADFC 헤센주 매니저는 “회사 직원들의 주거지를 조사해 자전거 길을 확충하거나 자전거 타기에 대한 동기 부여 활동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Bett & Bike’=독일 도시들의 관광정보센터에는 자전거 타는 모습을 담은 홍보책자가 유난히 많다. 강을 따라, 혹은 포도밭 사이로 잘 닦인 자전거 길들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뜨고 있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를 흐르는 마인강변에는 전체 560㎞의 ‘마인 사이클 루트’가 닦여 있다. 2005년 이전까지 75㎞에 불과했던 것을 마인강변 17개 지자체가 모두 나서 완성했다.

‘Bett & Bike’(침대와 자전거)는 영국의 ‘B&B(Breakfast & Bed)’를 본떠 이름을 지은 자전거 민박집이다. 헤센주에만 380곳이 있다. 독일 전역에는 평균 7.5㎞ 간격으로 4500여 곳이 있다. 독일에서는 트렁크 뒤에 자전거를 싣고 가는 택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기차·지하철·버스는 물론 택시까지 환승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요하힘 호흐슈타인 프랑크푸르트 자전거 계획 담당은 “바캉스 시즌에 독일에서 자전거 관광을 즐기는 사람이 2000만 명을 넘어섰다”며 “자전거 관광은 유망 성장 산업”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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