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반전 수업 자료'] "아이들에 일방적 시각 강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교조가 28일 인터넷에 공개한 '반전 평화 수업자료'는 신문이나 인터넷 등에 나와 있는 자료를 모아놓은 것이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이 자료를 편집하거나 참고하면서 초.중.고교의 사회 교과 관련 수업시간에 활용한다.

이 자료는 어떤 성향을 띠고 있을까.

한양대 정진곤 교육학과 교수는 "파병 반대 쪽의 일방적인 입장을 담았다"며 "전교조 수업은 수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교화'"라고 평가했다.

◇전교조 교재의 편향성=수업자료집에 담겨 있는 글 가운데 고 김선일씨 피랍사건 일지 등 객관적인 내용을 제외한 10건 중에서 파병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담겨 있는 것은 단 한 건이다. "현실의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파병 반대론은 자제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모 일간지의 사설이다.

이에 비해 파병반대 또는 이와 유사한 시각을 보인 글은 다양하게 제시돼 있다.

살해당한 미국인 닉 버그의 부친의 글은 테러집단의 만행을 지적하기보다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비판에 초점이 맞춰졌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벌인 부당한 전쟁의 결과가 민간인 살해의 중대한 원인이라는 내용이다.

또 팔레스타인 모 대학 교수의 글, 이라크 현지인의 편지는 "이라크 국민은 한국군의 파병에 반대하고 있다"는 현지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이라크 팔루자 지역에서 미군이 학살자로 묘사된 글도 있다.

전교조는 지난 22일 "국민의 목숨을 건 이라크 파병을 당장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일방적 수업의 폐해=반전 등과 같은 사회적 찬반 논란이 뜨거운 이슈를 다루는 수업은 학생들이 자신과는 다른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이해하는 등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도록 해주는 게 핵심이다.

고려대 권대봉 교육대학원장은 "전교조 자료에는 정부가 왜 파병을 결정했는지, 국회는 왜 이에 동의했는지 타당한 이유와 근거를 보여주는 자료가 없다"며 "자료의 균형감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이날 교재를 입수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교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따져보기 위해서다. 또 일선 시.도교육청에 전교조의 반전평화 수업이 반미수업 등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점검토록 요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작 문제는 교재에 있다기보다 이런 교재를 가지고 편파적 수업을 할 때 적발하기 힘들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파병반대는 전교조의 공식입장이지만 교사가 수업 중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강요할 수 없는 만큼 수업에서 이러한 입장이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준.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