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대입 중위권 대혼전 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9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돼 중위권 학생의 대입 경쟁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교과서나 참고서에 나와있는 기출문제와 비슷한 문제가 출제되는등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면 풀 수 있는 기본적인 문제가 다수 출제돼 상.하위권보다 중위권 수험생들의 점수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상위권및 하위권 수험생의 경우 10~15점, 중위권은 15~20점 가량 지난해보다 점수가 오를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특히 수능이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되고 사고및 탐구능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많음에 따라 과외.학원보습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위권 수험생들은 대체로 정부가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 위성과외 방송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교과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고 독서등을 통해 평소 사고력을 길렀다면 좋은 성적을 받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예상 입시판도 = 종로학원 김용근 (金湧根) 평가실장은 "중위권 학생의 점수가 올라가 점수분포는 전통적인 항아리형에서 중간층이 두터워진 꽃병형으로 바뀔 것" 이라며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수험생이 상당히 많아질 것" 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수리탐구Ⅰ 영역이 쉬워 2백60~2백99점대 수험생들의 점수가 상당히 오르고 서울대 하위권 학과와 연세대.고려대 상위권 학과 사이를 두고 고심하다가 서울대 하위권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학력평가연구소 김영선 (金榮宣) 평가실장은 "중상위권 학생들은 외형 점수만 보고 상향지원하기보다 전국 백분율을 따져가며 안정적으로 하향지원하는 것도 입시전략" 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여학생이 약한 수리탐구Ⅰ.Ⅱ가 올해는 상당히 쉽게 출제됨에 따라 여학생의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들 여학생중 상당수는 중상위권 남녀공학 대학이나 논술이 필요하지 않은 특차모집에 지원할 것으로 보여 특차모집 경쟁률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 金실장은 "올해는 남학생 지원생이 1만3천여명 늘었지만 여학생은 3만3천여명이나 증가했다" 며 "여학생이 선호하는 인문계 어문계열.자연계 이학계열 학과에서 남학생의 고전이 예상된다" 고 내다봤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 평가실장은 "대체로 특차지원자가 늘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또 시험이 단순한 문제 위주로 출제됨에 따라 재학생보다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많은 재수생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대성학원 이영덕 (李永德) 평가실장은 또 "중상위권에 비해 3백점이상 고득점자의 수능 변별력은 상대적으로 낮아져 상위권 대학 입시에서는 논술.면접등 다른 전형요소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질 전망" 이라고 말했다.

◇ 사교육 위축 = 서울 중산고 3년생 金모 (18) 군은 "과외학습과 위성교육방송을 통해 까다로운 문제에 대비해왔지만 별 도움을 받지 못했고 교과서의 기본내용을 여러번 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고 말했다.

많은 학교교사들도 이같은 수능 출제경향에 대해 "학교교육을 살렸다" 며 환영하고 있다.

강홍준.최익재.최재희.장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