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인천항-부산항, 치열한 '바다 주도권'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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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물류 중심지를 겨냥한 국내 항만 간 경쟁이 뜨겁다. 부산항과 인천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상하이(上海)와 선전(深)항에 대항하면서 서로 물류 중심의 주도권 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8일 오전 인천항 남항에선 다음달 2일 준공을 앞두고 다국적 항만회사인 PSA와 삼성물산이 합작해 짓는 인천 컨테이너터미널 공사가 한창이다. 1선석(3만~5만t 규모 배 하나를 댈 수 있는 넓이) 규모의 이 터미널이 완공되면 연간 최고 40만TEU(TEU=20피트 컨테이너 한개 단위)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지난 한해 인천항이 처리한 컨테이너 물량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인천 컨테이너터미널은 개방항인 데다 첨단설비를 갖춰 시간당 컨테이너 처리능력이 기존의 25TEU에 비해 40TEU로 두배 가까이 향상된다. 2008년까지 이런 첨단 시설의 부두가 6선석으로 늘어난다.

인천항은 일단 입지조건 면에서 유리하다. 인천공항 및 서울과 인접한 데다 최근 수출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 상하이나 동북 3성과 가깝다.

무역협회 동북아물류실 백재선 차장은 "중국항에서 떠난 화물이 인천공항을 거쳐 북미나 유럽으로 나갈 때 부산을 경유하면 평균 5~7일이 걸리는 반면, 인천항을 경유하면 3~4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들어오거나 중국으로 나간 인천항의 물동량은 전년보다 53% 늘어난 2900여TEU였다. 지난해 처음으로 개설된 6개의 한.중 간 컨테이너 정기항로도 한몫 했다.

UPS코리아 정명수 사장은 "중국 내 물동량을 인천공항까지 선박으로 빼내 항공기로 제3국에 보내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상하이 공항보다 미주.유럽으로 가는 항공편수가 2배 가까이 많고, 항공 운임도 30%가량 저렴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인천항과 인천공항을 결합해 중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물류.배후단지가 부족하다는 것. 인천시 항만공항물류팀 김광석 팀장은 "550만평 규모로 10여개의 물류.배후 단지를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항은 일본 등 외국 물류기업 유치에 승부를 걸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8일 부산 감천항의 배후 물류단지 2만평과 광양항의 물류부지 10만평에 일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다음달 9일 도쿄(東京)에서 투자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미쓰비시.스미토모.이토추 등 종합상사와 일본통운.미쓰이창고 등 물류업체들이 부산.광양항 물류단지에 관심이 있다고 해양부는 밝혔다. 이들 일본 기업은 감천항 물류단지에 200억원 정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기업이 한국에 물류센터를 두면 일본 간사이(關西)지방으로 가는 화물의 물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세일즈 포인트다.

부산항은 20피트 컨테이너 하나를 환적화물로 유치할 경우 부가가치가 12만원에 불과하지만, 물류단지에 들어오면 38만원가량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물류단지 임대료를 대폭 낮추고, 각종 세제혜택도 주기로 했다. 부산항 감천 물류단지의 평당 임대료는 공시지가의 10%를 밑도는 5950원으로 잡았다. 또 500만달러 이상 투자하면 법인세 또는 소득세를 3년간 전액 면제한 뒤 다시 2년간 50%를 감면해 준다.

2006년에는 부산신항 물류단지 22만평을 추가로 개발해 해외 물류업체를 유치할 방침이다.

정재홍.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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