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stylish people] 서울 온 수퍼모델 코코 로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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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안녕하세요)!”

빨간색으로 물들인 머리에 주근깨가 그대로 비쳐 보일 만큼 투명하게 화장한 20대 초반 여성이 유쾌하게 인사했다. 현재 세계적인 수퍼모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코코 로샤(21)다. 얼굴은 분명 그녀가 맞는데 화보에서 봤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쾌활한 여성 한 명이 서 있을 뿐.

수퍼모델 코코 로샤가 지난달 29일 한국을 방문했다. 패션브랜드 MCM이 한국 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 한 매장) ‘MCM HAUS’를 오픈하면서 파티에 코코 로샤를 비롯해 이다해, 김혜수 등의 스타들을 대거 초청한 것. 평소 MCM 제품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코코 로샤는 2월 18일 뉴욕 컬렉션 기간 중 MCM이 주최한 VIP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그동안 이 브랜드와 끈끈한 친분을 과시해 왔다. 이번 한국행도 초청을 받고 2시간 만에 승낙한 것이다. 30일 서울 삼성동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그를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그와의 대화는 격이 없었고 친근했다. ‘이웃집 소녀’와 수다를 떨 때처럼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때로는 그 큰 눈으로 윙크를 하기도 했다.

-한국에 당신의 여성 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언젠가 다울이(한국 모델 김다울과 로샤는 같은 엘리트 모델 소속이다)로부터 한국에 내 팬이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다. 오늘 놀랄 만한 일이 있었다. 오전에 동대문 쇼핑센터에 놀러 갔는데, 도착 후 5분도 지나지 않아 어떤 여성이 “코코 로샤 아니냐”고 물어왔다. 내가 “그렇다”고 하자 그녀는 매우 흥분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누구인지를 큰 소리로 알렸다. 정말 귀여웠다.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많은 아시아 국가를 다녀 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매우 재미있었다.”

-동대문 쇼핑센터를 구경한 소감은.

“옷을 실컷 구경했다. 조끼와 모자도 샀다. 둘 다 검은색인데, 조끼는 허리에서 살짝 퍼지는 스타일의 것이고, 모자는 옆으로 살짝 눌러 쓰는 50년대 스타일이다. 끝에는 베일이 달려 있어 우아하지만 너무 튀어서 레드 카펫에서 한 번 정도 쓰게 될 것 같다. 한국의 여러 곳을 더 구경하고 싶은데 어디가 좋을까?(함께 있던 누군가 경복궁과 삼청동을 소개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 있게 들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본인의 매력 포인트는.

“사실 잘 모르겠다. 활동 초반엔 포트폴리오를 여러 에이전시에 보냈지만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았다. 그 후 사진가 스티븐 마이젤을 만났고 그와 촬영을 했다. 이후엔 모두가 나를 원하게 됐다(웃음). 이 업계에서는 스스로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누구를 만나 어떤 사진을 찍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내 매력을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입을 살짝 벌리고 사진을 찍는 것’이라고 했다.”

-화보 속 역동적인 포즈들은 예전에 ‘아이리시 댄스’를 배웠기 때문에 가능한 걸까.

“그렇지는 않다. 아이리시 댄스는 어깨를 꼿꼿하게 고정한 상태에서 어깨 아래만 움직이는 댄스다. 반대로 포즈를 취할 땐 어깨가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물론 덕을 본 점도 있다. 항상 많은 사람 앞에서 춤을 춰왔기 때문에 패션쇼 무대에 설 때도 늘 자신감이 생긴다. 또 항상 혼나면서 춤을 배웠기 때문에 초창기 무대에서 잔소리를 들어도 주눅 들지 않을 수 있었다.”

-큰 무대에 서는 것이 전혀 떨리지 않는가.

“떨릴 것이 뭐가 있나. 그냥 걷는 것인데. 솔직히 내 입장에선 무대에 설 때마다 긴장한다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무대 위를 걸을 때 머릿속으로 주로 무슨 생각을 하나.

“‘오늘 저녁엔 뭘 먹을까’를 생각한다.”(이 부분에서 그는 아이처럼 신나게 웃었다.)

-개인 블로그에 스타일화(의상 그림)를 올려놓았던데.

“학교 다닐 때도 수학과 과학은 ‘꽝’이었지만 예술 쪽은 항상 최상위권이었다. 사진ㆍ드라마ㆍ회화 모두 성적이 좋았다. 패션업계에서 일하면서 다시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 옷을 한번 디자인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액세서리나 다른 쪽에도 관심이 있나.

“일단은 옷에 가장 관심이 많다. 액세서리는 옷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MCM의 여행 가방은 정말 좋아한다. 워낙 비행기를 많이 타기 때문에 아까워서 좋은 여행 가방을 못 쓰는 게 문제다.”(옆에 있던 MCM 직원이 로샤가 귀국할 때 여행 가방을 선물하겠다고 하자 그는 매우 기뻐했다.)

-모델 업계에서 선의의 경쟁자를 꼽는다면.

“제시카 심슨, 릴리 도널슨 등과 비슷한 시기에 일을 시작했다. 우리는 정말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진짜 경쟁자는 새로운 세대의 모델들이다. 그들은 어리고 신선한 데다 모델료도 우리보다 저렴하다. 예전만 하더라도 나오미 캠벨 같은 수퍼모델들이 유명 브랜드를 광고했지만, 요즘엔 이런 브랜드들도 새롭고 신선함을 더 원하는 것 같다. 우리 친구들도 이제 오래된 세대가 됐다.”

-친한 남자 모델은 없나.

“남자 모델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은 아니다. 패션계 사람과 사귀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철칙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ckOne을 촬영할 때 20~30명의 남녀 모델이 일주일간 함께 촬영한 적이 있기는 하다. 쉬는 시간엔 축구도 하고 즐겁게 어울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아무래도 날 유명하게 만들어준 스티븐 마이젤과의 이탈리아 ‘보그’ 커버 촬영이다. 까만 모자를 쓰고 창백하게 분장을 한 채 카메라 앞에 앉아 여러 가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는 만족하지 않았고,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나도 답답해졌다. 그래서 그냥 입을 벌리고 멍하니 있었는데 그걸 찍더니 ‘바로 이거야’라고 말하더라.”

-친구들은 당신을 뭐라고 부르나.

“이름 때문에 생긴 별명이 있다. 코카 콜라!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이름 뒤에 ‘넛(nut:땅콩, 바보라는 뜻으로도 쓰임)’을 붙이는 게 유행일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코코넛이라 불렸다.”

송지혜 기자

술ㆍ담배 안 하고 샐러드 즐겨

술은 절대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운다. 커피와 차는 가끔 마시지만 주스는 마시지 않는다. (기자가 마시고 있던 키위 주스를 가리키며) 예전엔 마시기도 했지만 요즘엔 삼간다. 식사는 샐러드 위주로 하는 편이다. 아침을 꼭 챙겨 먹는데 달걀과 토스트를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항상 챙겨 주셨던 메뉴다. 사탕과 초콜릿도 가끔씩 먹는다.(로샤는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 다른 모델들과 달리 잘 먹는 모델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도자기 피부와 강렬한 눈매 선호

대부분의 모델이 평상시에는 메이크업을 잘 하지 않는다. 나는 반대다. 예전에 길을 걷다 모델 친구를 만났는데 화장을 한 내 얼굴을 보고 “여기서 촬영이 있었느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 왜 촬영이 있을 때만 화장을 해야 하나? 내 경우엔 얼굴을 깔끔하게 커버하고(주근깨 때문에) 블랙 아이라이너로 눈매를 강조하는 것을 좋아한다. 피부는 매끈하게 연출하는 도자기 피부가 좋다. 화장품을 좋아해 이사 갔을 때도 옷장 옆에 화장품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나만의 빈티지 쇼핑

원래 빈티지 제품 쇼핑을 즐긴다. 빈티지는 나 외의 다른 사람은 가질 수 없지 않나. 특히 1800년대에 만들어진 코르셋처럼 꽉 끼는 재킷이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이다.

튜더 왕조의 과장된 스타일에 빠져

요즘엔 마치 튜더 왕조 시대에 입었을 것 같은 높은 옷깃에 풍성한 퍼프 소매가 달린 옷에 빠져 있다. 평상시엔 스키니진 대신 배기 팬츠를 입는다. 위에 가죽 재킷을입으면 멋스럽다.

조깅ㆍ스트레칭ㆍ빅볼 이용한 운동

기계를 이용하는 운동은 피하고 있다. 오직 몸만을 이용하거나 큰 공을 이용해 운동하는 편이다. 운동을 많이는 못한다. 예전에 아이리시 댄스를 오랫동안 배워 조금만 운동을 과하게 하면 근육이 커지기 때문이다. 운동을 같이하는 친구는 엄마. 살이 많이 쪘던 엄마는 최근 하루 2~3시간씩 운동을 하면서 살을 많이 빼셨다.

최근엔 운동을 하자고 너무 많이 권해 내가 피하고 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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