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 덜 먹는 차, 덜 뿜는 차 … 친환경이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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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기아자동차 서영종 사장은 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프레스 행사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 2009서울모터쇼 행사장에 노타이 차림으로 나타났다. 단상도 없애고 마이크를 얼굴에 붙인 상태로 무대를 활보했다. 예전처럼 준비해 온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딱딱한 모습이 아니었다.

200마력을 내면서 연비는 동급 SUV 최고 수준인 기아차의 쏘렌토R.


기아차는 이날 쏘렌토 후속 모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고정관념을 깬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 사장은 “쏘렌토R로 명명된 이번 모델은 200마력을 내면서 연비 또한 동급 SUV 최고 수준인 14.1㎞를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서울모터쇼에는 최근 세계적인 모터쇼를 휩쓸어 온 ‘친환경’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쏘렌토R과 같이 연비가 뛰어난 차량,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등이 대거 등장했다.

◆친환경 신차 봇물=한국도요타자동차의 치기라 다이조 사장은 1인승 전기 컨셉트카인 ‘아이리얼’을 타고 행사장에 등장했다. 앞바퀴 두 개와 뒷바퀴 한 개 사이에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었다. 치기라 사장은 여기에 앉아 양쪽 팔걸이 부분의 조작 레버를 이용해 운전했다. 올 하반기 한국에 상륙 예정인 도요타는 이날 쾌적한 운전을 위한 ‘RiN’을 비롯해 3가지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치기라 사장은 “도요타 브랜드로 올해는 월평균 500대, 내년에는 월평균 1000대를 파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신차 출시도 줄을 이었다. 기아차의 쏘렌토R을 비롯해 23대의 신차가 발표됐다. 이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선보인 9대는 세계에서 처음 선보인 모델들이다.

현대차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처음 공개했다. GM대우는 마티즈 후속 경차, 르노삼성은 기존 모델에 비해 몸집이 커진 뉴SM3를 각각 선보였다.

쌍용차는 소형 SUV인 C200의 컨셉트카와 함께 카이런·액티언 디젤 하이브리드를 내놨다.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는 각각 Q5와 GLK 클래스를 발표해 콤팩트 SUV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위기 극복” 한목소리=이날 모터쇼장을 방문한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인(CEO)들은 올해 시장의 불투명성을 인정하면서도 위기 극복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기아차 정의선 사장은 모터쇼장을 둘러본 뒤 실적이 턴어라운드하는 시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쏘렌토가 잘나가야 할 텐데…. 좋아지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했다. 르노삼성의 장마리 위르티제 사장은 “낙관과 비관의 중간인 것 같다”며 “재고량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준중형 신차인 뉴SM3에 기대를 걸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입차업계 1위인 혼다코리아의 정우영 사장은 “환율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경제 상황이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다양한 원가 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하랄트 베렌트 사장은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환율이 치솟아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당분간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 이유일 법정관리인은 “쌍용차는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래서 오늘 이곳에 오게 된 것”이라고 말해 법원에 의한 청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심재우·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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