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사 어떻게 성장해왔나…외화조달 위해 70년대 중반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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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종합금융회사는 보험.예금수취등을 제외하고 모든 금융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백화점식 금융기관' 을 말한다.

국내에는 현재 30개 종금사가 영업중인데, 뿌리는 크게 두갈래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1차석유파동 (73~74년) 이후 경제개발에 필요한 외자를 빌려오기 위해 외국 금융기관과 합작으로 세워진 '원조' 종금사들. 현재 서울에 본점을 둔 한국.현대.새한.한불.아세아.한외종금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한 갈래는 사 (私) 금융을 제도권으로 흡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자 (短資.94년부터 투금사로 명칭이 바뀌었음) 사를 모태로 하는 종금사들이다.

72년 8.3 사채동결조치 이후 대한.동양.중앙.제일투금이 설립됐고, 82년 이철희.장영자 사건이후에 신한.삼삼.동아 (現나라종금).삼희투금 (現한화종금) 등이 만들어졌다.

지방에도 20여개가 넘는 투금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기존 종금사들이 리스.국제금융.인수공모주선등을 포함한 다양한 업무를 취급, 수익선을 다변화하는등 경쟁력을 키워왔던 반면 투금사들의 영역은 기업에 단기자금을 공급하는 일에만 한정,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고금리 시절에는 '땅짚고 헤엄치기 식' 으로 돈을 벌어들였지만 자금사정이 넉넉해지면서부터 시중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기 시작했던 것. 투금사들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했던 길이 바로 종금사로의 전환이었다.

정부의 금융산업 개편조치와 맞물려 1차로 94년 지방 9개 투금사가 종금사로 전환하고 96년7월에 남아있던 15개 투금사가 모두 종금사로 간판을 바꿔달면서 '종금사 시대' 가 열리게 됐다.

그러나 종금사는 금융환경이 악화됐는 데도 공격적인 경영으로 일관하다보니 국내외 부실채권 누적으로 거의 만신창이가 됐다.

결국 종금사들은 그동안 소수의 인원으로 금융의 효율성.수익성을 제고한 공이 인정되지만 건전성 측면을 무시해 오늘의 위기를 자초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종금사의 집단 부실화는 금융산업에서 안전성.건전성에 대한 지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이라고 말했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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