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무지공장 감전사고…신혼한달 소방관 순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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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그렇게도 남돕는 일을 좋아하더니만…. 이렇게 빨리 가려고 소방공무원이 됐나…. " 16일 오전 대구시 중구 동산동 계명대 동산의료원 영안실. 15일 경북성주군의 단무지공장에서 승보종합식품 직원들을 구하러 단무지 저장탱크에 들어갔다가 감전으로 숨진 김경오 (金敬五.26.김천소방서 성주파출소) 소방사의 아버지 金용진 (62.철도공무원) 씨는 외아들의 영정을 붙잡고 오열했다.

지난달 11일 결혼,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金씨의 부인 吳은경 (24) 씨도 몇차례나 실신하며 통곡을 멈추지 않았다.

金씨가 소방공무원이 된 것은 올 1월. 김천전문대 치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위급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직업중 하나가 소방공무원" 이라며 시험에 도전, 합격한 뒤 김천소방서 성주파출소에 발령받았다.

金씨가 하는 일은 구급업무. 파출소에서 대기중이던 金씨는 사고 당일 "성주군 선남면 신부리 승보종합식품에서 사고가 났다.

즉시 출동하라" 는 지시를 받고 119구급차를 직접 운전, 동료 2명과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감전으로 숨진 회사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먼저 전원 차단기를 내린 金씨는 사다리를 타고 깊이 3m의 단무지 숙성탱크로 내려갔다.

그러나 전원이 제대로 끊기지 않아 탱크안 물속에 발을 디뎠다가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버렸다.

영안실을 지키던 동료들은 "파출소의 막내였지만 매사에 성실하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며 눈물을 훔쳤다.

金씨는 17일 오전 김천소방서에서 소방서장으로 장례를 치른뒤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대구 = 홍권삼.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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