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대선후보,금융실명제 보완방향…"숨은 돈 양성화"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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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국민회의.국민신당등 3당의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금융실명제 보완을 들고 나선 것은 최근의 증시폭락과 외환시장 불안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인식 때문이다.

전경련등 재계가 실명제 실시 유보를 공식 촉구하고 나설 만큼 "현 경제상황이 경제개발이 시작된 60년대 이래 최대의 위기" 라는데 세후보 모두 공감하고 있다.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후보측은 "실명제를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살려내기 위한 고육책" 이라고 보완배경을 설명했다.

이회창후보는 14일의 TV토론에 앞서 보좌진.정책위 간부들과 가진 워크숍에서 "실명제 보완이 개혁의 후퇴로 비춰져선 안되며 검은 돈을 산업자금화로 유도, 경제회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고쳐져야 한다" 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명제 보완이 자칫 변칙 증여.상속의 수단으로 악용돼 '가진 자' 들만을 위한 선심정책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신한국당은 무기명 장기채권 발행이나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하는 기명채권 발행을 통해 지하자금의 양성화를 유도한다는 큰 틀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반면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은 금융불안의 근본원인이 이회창후보의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후보 비자금 폭로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이헌 (韓利憲) 국민신당 정책위의장은 "김대중후보 친인척 계좌가 추적돼 신한국당이 발표하면서 예금계좌 추적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어 일반인들의 저축.투자심리를 위축시킨게 금융시장 불안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 분석했다.

국민회의와 국민신당 양당은 비밀보장과 지하자금 양성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이란 두축을 중심으로 실명제 보완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대중총재도 "돈은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돌아다닌다.

돈이 돌 수 있는 실명제가 돼야 한다" 며 변칙 증여.상속을 막을 수 있는 장치마련과 검은 돈의 산업자금화를 강조했다.

국민회의는 이를 위해 금융실명제의 대체입법으로 실명제를 대폭 보완하되, 돈의 과거를 추적하는 처벌조항을 삭제하고, 기존의 차명계좌를 인정하며, 장기.저리의 산업채권 발행이나 증여세.상속세와 상계되는 5~7%의 저리 무기명 장기채 발행을 검토중이다.

금융시장 경색의 최대 걸림돌인 종합과세는 과세대상의 최저선인 4천만원을 상향 조정하자는 입장이다.

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후보는 "자금의 출처를 묻지 않는 기업안정화 자금을 한시적 채권으로 조성, 자금의 물꼬를 트겠다" 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무기명 장기채 발행을 통해 창업지원.중소기업 지원자금.진성어음 보험자금등에 사용, 위축된 경기를 살리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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