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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코님이 추천했다면” 일본 관광객들의 절대 신뢰 가이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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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좋은 아침 아사히입니다’를 보았습니다! 한국 화장품 패키지뿐 아니라 구체적인 사용법을 알려주셔서 기뻤습니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울에 있었습니다. 물론 잇코님이 추천한 화장품을 사 왔습니다.”

“저도 모레 한국에 갑니다. IKKO 추천의 화장품을 가득 구입하고 싶습니다.”
일본 여성들이 메이크업 아티스트 잇코(IKKO)의 홈페이지(www.ikkostyle.jp)에 주렁주렁 달아 놓은 댓글의 일부다. 잇코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도 댓글을 보면 ‘일본인 관광객 뒤에는 잇코가 있다’는 말이 결코 헛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잇코(사진)는 47세 일본인 ‘여장 남자’다. 지난해 5월 발간한'한국에서 아름다움을 가꾸다'에서 한국을 소개해 한국 붐을 일으킨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탤런트다. 엔고 바람을 즐기는 일본인에게 잇코는 절대 믿음의 가이드인 셈이다.그의 본명은 도요타 가즈유키(豊田一幸). 여장 남자라는 특이한 캐릭터다. ‘He’보다 ‘She’로 불린다. 그렇다고 여자처럼 예쁜 것은 아니다. 남성다움이 넘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일본 열도의 여성들은 그에게 환호할까. ‘여자’로서 자신을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이 감동을 줬다는 후문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모습 자체를 아름다움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는 19세부터 27세까지 헤어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이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영역을 넓혀 여배우들을 맡았다. 방송에는 마흔 살에 입문한 늦깎이다. 일본에서 참신한 머리 가꾸기와 메이크업 스타일로 ‘미(美)의 카리스마’를 발전시켰다는 평을 얻었다. 일본 TV 프로그램과 각종 패션 잡지 등에 뷰티라이프를 소개하면서 일본 여성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몇 해 전 한국 대중문화에 빠진 뒤 자신도 모르게 ‘한류 전도사’가 됐다. 그가 추천하는 미용 상품은 일주일 이내에 인기를 끈다고 한다. 일본 방송에서 한국 BB크림을 소개한 후에는 명동 일대의 화장품 판매율이 급등했다. 일본 여성은 그동안 색조 화장에 공을 들여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피부 미인이 많은 한국을 접하면서 스킨 케어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여성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그 연장선상에 있고, 잇코는 그 열기를 증폭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잇코는 ‘내 인생은 한국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등의 우호적 발언으로 한국을 알리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27일 그를 ‘한국 관광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위촉장을 받은 직후 그는 “직업상 한국을 많이 찾지만 항상 땅에서 느껴지는 강렬함이 오감을 자극하는 곳이 바로 한국”이라며 “잡채·김치 등 한국 음식뿐 아니라 일본보다 앞선 각질 제거 등 피부미용 기술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잇코는 7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온돌방의 매력을 한껏 느꼈고, ‘가을연가’에도 푹 빠졌다고 한다. 지난 1월에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인 ‘에뛰드 하우스’의 한국 모델로 전속 계약을 하는 등 한국 비즈니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내 의사를 좀 더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한국어 개인교습도 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협의 파고를 뛰어넘는 잇코의 열정을 지켜보며 닫힌 마음을 여는 것은 비단 일본 여성만은 아닐 것이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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