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단풍의 황홀한 풍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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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젊은 영령들의 한을 못 풀어 주었음인가?

낮이나 밤이나 구름이 허리를 감고 풀어주질 않고 있으니 하얀 소복을 입은 네 자태는 영영 볼 수가 없구나. 허나 내일은 기필코 비행기를 타고 가서라도 네 품속을 파고 들어 지금까지 속으로만 울먹이던 심장을 속 시원하게 큰 소리 내어 울게 하리라.

맥킨리 산(Mt. Mckinley)!

50개 주 최고봉 등정 42번째인 맥킨리 산은 자그마치 2만320피트로 미국은 물론 북미 대륙에서도 제일 높은 산이다.

9월 3일 8시 30분 알래스카 비행기 편으로 앵커리지에 내리니 구름은 잔뜩 끼어 있고 보슬비가 간간히 뿌리고 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230마일 북향에 있는 데날리(Denali) 국립공원을 향해 달리는데 LA와는 기온이 무려 30여도나 차이가 나니 반 소매와 반 바지를 바꾸어 입지 않으면 속살로 스며드는 한기를 배겨날 길이 없다.

구름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산들은 점박이 눈들이 하얗게 남아있고 도로변에는 벌서 애스펜과 미루나무의 노란 단풍들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단풍나무 아래로는 나즈막한 블루베리 부시(Blueberry Bush)의 잎파리들이 주홍빛으로 한껏 물들어 있어 마치 온 세상을 빨간 양탄자 가운데로 지나가는 느낌인데 구름과 눈과 단풍이 어우러져 내는 풍광은 참으로 신비스럽고 한 자리에서 4계절을 다 맛보는 것 같아 황홀하다.

맥킨리 산을 근접해서 보려면 왕복 5시간부터 12시간 짜리 등 다양한 버스 투어가 있는데 아일슨(Eielson)까지 다녀오는 8시간 짜리도 맥킨리 산 뒤쪽으로 어지간히 둘러보게 되기에 권할만한 곳이다.

데날리 국립공원이나 맥킨리 산에는 등산로가 없다.

단 방문객 센터에서 새비지 강(Savage River)까지 서쪽으로 15마일 정도 가면 새비지 강 양쪽을 따라 왕복 2마일의 루프 트레일(Loop Trail)과 새비지 록(Savage Rock)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는 정도다.

맥킨리 산은 사우스 피크(South Peak)와 노스 피크(North Peak)의 두 봉우리가 서로 옆에 붙어 있는데 거의 다 2만320피트의 최고봉인 사우스 피크를 택하게 된다.

모든 등반객들은 경비행기를 타고 헌터 산(Mt. Hunter)과 포레이커 산(Mt. Foraker) 사이에 있는 해발 7500피트 높이의 카힐트나(Kahiltna)빙하에 내려 베이스 캠프를 치는데 거기서부터 정상 도전에 2~3주가 걸린단다. 정상을 올라가는 루트는 3군데가 있는데 등반객의 85%는 웨스트 버트레스(West Buttress) 루트를 택하게 된다.

김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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