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메이저리그 스타 박찬호 어제 귀국 "고국팬 성원이 14승 원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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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그가 돌아왔다.

검은 모자에 검은 폴라티, 그리고 검정색 진에 회색빛 운동화를 신은 도전적 옷차림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박찬호는 시종 여유있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메이저리그를 정복한 승자의 진정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고, 김포공항은 개선장군을 환영하는 5백여 인파의 열기로 술렁거렸다.

박찬호는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할 정도로 사인공세에 시달렸으나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성원해 준 고국팬들에게 보답해 매너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 1년만에 귀국한 소감은.

"고국팬들의 열렬한 성원이 메이저리그에서 14승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귀국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기분이 너무 좋았다."

- 미국생활에서 어려웠던 점은.

"문화적인 차이가 가장 힘들었다. 그리고 혼자라는 외로움이 참기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는 결코 외롭지 않았다. 미국 어느 구장을 가더라도 교포들이 열렬히 응원해 줘 혼자라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

- 지난 시즌과 다른 점은.

"지난해는 선발로 나와 1승을 거뒀지만 올해는 선발로 나와 팀의 기둥투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타자들을 상대하는 눈이 지난해보다 훨씬 더 트인 것 같다. "

- 올해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팀의 연패를 끊어야 하는 스토퍼 역할을 해야 할 때였다. 시기적으로는 8월과 9월에 힘들었으나 9월에 완투승을 거둬 자신감을 찾았다. 시즌 전 꾸준히 체력관리를 한 게 밑바탕이 됐다. "

-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가장 하고 싶은 세 가지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가장 가슴 설레는 팬들과 만나는 것이며, 빡빡한 일정을 차질없이 보낸 뒤 건강한 몸으로 출국해 내년 시즌에 대비하는 것이다. "

- 제2의 박찬호가 되기 위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에 대해 한마디.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려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다. 무엇보다 체력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 결혼문제는. "사귀는 여자친구는 없다.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들이 제일 부럽다.

현재 결혼은 예정에 없다. "

- 군복무 문제는. "대한민국 남자는 누구나 군대에 가야 한다.

나 자신도 한번은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 이뤄야 할 꿈이 남아 있으므로 이를 실현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

- 내년 시즌 목표승수는. "몇승을 올리기보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마치고 싶다.

올해 9이닝을 완투할 수 있는 피칭을 선보여 자신감이 생겼다.

궁극적으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 "

기자회견을 끝마친 박찬호는 숙소인 신라호텔로 이동해 하룻밤을 자고 12일 청와대를 방문한 뒤 고향인 충남공주로 가 시민환영회에 참석한다.

김현승·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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