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기아 '3포스트' 전술 적중…리드·피닉스·김유택 동시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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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 시즌 기아를 프로농구 챔피언으로 이끈 원동력은 강동희 - 허재 - 김영만으로 이어지는 국내 최강의 외곽 라인업이었다.

그러나 올해 기아의 외곽은 허재.김영만의 부상으로 붕괴됐다.

이에따라 '기아의 몰락' 이 점쳐졌다.

그러나 기아의 최인선 감독은 지난 8일 SBS와의 개막전에서 전혀 뜻밖의 전술을 선보이며 도박을 시도했다.

클리프 리드 - 저스틴 피닉스 - 김유택등 포스트맨 3명을 동시에 투입, '보드 게임' 을 시도한 것이다.

보드 게임의 목적은 리바운드.골밑득점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NBA 84~85시즌 휴스턴 로케츠가 아킴 올라주원 - 랠프 샘슨을 더블 포스트로 기용한 '트윈 타워' 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한 것이 성공적인 예다.

기아의 전술은 포스트맨 3명을 동시에 투입했다는 점에서 로케츠의 트윈 타워 시스템과도 구분된다.

스피드 둔화.외곽득점의 격감을 감수해야 하는 약점도 있다.

특히 속공이 발생할 경우 코트 중앙과 양사이드를 가드.포워드들이 달려주는 것이 정석이지만 포스트맨이 3명으로 늘어나면 이같은 기동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감독은 이 약점도 뜻밖의 방법으로 풀었다.

포스트맨이면서도 비교적 발이 빠른 김유택과 리드를 속공에 가담시킨 것이다.

특히 리드는 SBS전에서 적극적으로 속공에 가담, 공격 결정력을 높였다.

보드 게임의 또다른 약점은 패스워크의 난조. 기아는 이 문제를 '트라이앵글 오펜스' 로 풀었다.

가드.포워드가 센터와 삼각구도를 이루고 골밑을 드나들며 패스의 스피드.정확도로 찬스를 만드는 것. 수비에서 상대팀의 빠른 포워드를 잡기 어렵다는 취약점이 있으나 이날 SBS는 가드진의 부진으로 이렇다할 콤비네이션을 보여주지 못해 약점이 드러나진 않았다.

기아의 보드게임은 전형상 나래.나산.대우처럼 백업센터가 부족한 팀에 큰 부담을 주는 대신 삼성.현대처럼 빠른 외곽공격수를 보유한 팀에는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는 상대를 봐가며 이 전술을 구사하겠지만 허재.김영만이 복귀할 때까지는 주력 포메이션으로 운용할 것이 확실하다.

결국 기아의 정상 재등정 여부는 보드게임의 성패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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