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동구 경제 해빙기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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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러시아와 동유럽국가등 옛 사회주의국가들이 혼란스럽기만 했던 과거를 떨쳐버리며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플러스로 전환, 극심한 경제난이 극복되면서 사회.정치적으로도 자신감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 실험을 비롯한 일련의 개혁으로 거듭나는 옛 사회주의국가들의 현주소를 집중 점검한다.

지난 91년 옛 소련이 해체된 뒤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던 러시아는 올해 처음으로 1%대의 실질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러시아와 동유럽지역 전체의 경제가 올해 처음으로 성장세로 돌아서 국내총생산 (GDP) 기준 1.7% 성장할 것으로 유럽부흥개발은행 (EBRD) 은 예측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3.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동유럽국가들중 가장 먼저 개혁을 시작한 폴란드.헝가리.체코등은 이미 지난 94년부터 본격적인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동유럽 지역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EBRD는 앞으로 20년 뒤면 이 지역에서 새로운 경제강국이 태어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혼란만 거듭하던 이 지역 경제가 이처럼 호전될 수 있었던 배경은 1차적으로 공산체제 붕괴후 들어선 각국 정부와 국민들의 강력한 개혁의지를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폴란드.체코.헝가리등 선두주자들의 경우 공산체제였을 때부터 상대적으로 경제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독일등 부유한 서유럽국들과 인접해 보다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점도 성장의 배경이다.

성장 배경으로 개혁의지가 가장 먼저 꼽히는 전형적인 사례가 러시아다.

공산주의자들이 포진해 개혁의 발목을 잡던 의회를 탱크를 동원해 해산시킨 지난 93년10월 이후에야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시장경제로의 개혁에 본격 착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러시아는 선두국가들에 비해 개혁에 늦게 착수했고 그에 따라 외국의 대 (對) 러시아 투자가 본격화되지 않고 있어 아직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국가 규모가 다른 나라들의 몇배 내지 몇십배에 달하는 점도 개혁의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 원인중 하나다.

그러나 러시아는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부존자원이 풍부하고 기술력이 앞서기 때문에 개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 성장잠재력은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아직 본격적인 개혁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거나 뒤늦게 개혁에 착수한 불가리아.루마니아.알바니아.몰도바.우크라이나.벨로루시등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동유럽과 러시아 지역에서 국가들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 (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생겨나면서 국가간.지역간 갈등양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독립국가연합 (CIS) 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회원국들간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또 각국에서의 빈부격차 확대로 인한 사회불안현상도 점차 심화되는 분위기다.

모스크바대 경제학부 바실리 콜레소프 교수는 러시아와 동유럽 지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아직도 ▶개혁을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장치의 정비▶금융제도의 현대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조세체제의 합리화를 통한 재정수입 확대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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