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날리는 10개 공항 … 정비창·훈련기지로 항로 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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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방 공항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초 청주공항 운영권 민간 매각 방침이 공개됐고 이번에는 가장 골칫거리인 양양공항과 울진공항의 처리 방안에 대한 밑그림이 드러났다.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는 “울진공항의 용도를 바꿔 비행조종훈련센터로 전환하기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지방 공항을 거점별로 대여섯 개를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하는 쪽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지방 공항이 그리 탐나는 물건이 아니라는 점, 지역 주민의 반발 등 때문에 구조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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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거점공항 육성=정부가 검토 중인 큰 그림은 거점 공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우선 기존 공항 중에는 수요가 많은 김포와 제주공항만 두고 영남과 호남에 한 개씩 거점 공항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청주공항은 중부권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영남권의 경우 이용객이 포화상태에 달한 김해공항은 군용공항이기 때문에 확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동남권 신공항으로 수요를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이 신공항은 현 정부의 공약 사항으로 2025년까지 건설하는 것으로 계획이 잡혀 있다. 이 차원에서 완공도 안 된 울진공항을 아예 연간 200명의 조종사를 양성하는 비행조종훈련센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울진공항을 비행조종훈련센터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49억원의 예산을 이번 추경에 포함시키기 위해 국회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항공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조종사 훈련을 유치하기 위한 정부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호남권에는 무안공항을 거점 공항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영·호남 거점 공항 육성을 위해 군과 민간이 함께 사용 중인 광주·대구·포항·사천·군산 등의 공항을 군 전용공항으로 전환하고, 울산공항의 공항 기능을 폐쇄한 뒤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왜 구조조정 서두르나=국토부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전체 지방공항의 부실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760억원의 흑자를 냈다. 김포와 김해·제주·광주 공항만 흑자를 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적자였다. 나머지 공항들은 4개 공항의 흑자를 나눠주는 교차보조금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원주(지난해 승객 7만 명)나 군산(10만 명) 공항은 이용자가 1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상지대 이강빈(무역학) 교수는 “대부분의 지방 공항은 교차보조라는 링거주사를 떼면 곧 생명이 끊긴다”며 “문제는 흑자공항도 교차보조 때문에 시설 투자가 제때 안 돼 노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공항들은 5년 전 KTX가 개통되면서 급속히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경부 축에 위치한 대구나 울산공항 등은 2004년 KTX의 개통과 함께 이름뿐인 공항으로 전락했다. 2012년 KTX 2단계 공사가 완공되면 이들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호남에 위치한 지방 공항도 2014년 KTX 호남선이 개통되면 마찬가지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양양공항은 영동고속도로가 확장되면서 이용자가 급감했다.

◆지역 반발이 변수=이달 초 청주공항의 운영권 매각 방침이 나오자 충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한 전국 8개 시민·사회·노동단체는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세워진 지방 공항의 고유 기능을 인정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지방공항을 폐쇄할 경우 해당 지역에 추가적인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문제도 부담이다.

영동지역에서는 지금도 동서를 연결하는 도로가 적다는 불만이 있다. 양양국제공항이 없어지면 인천공항으로 와야 하는데 그때가 되면 도로 부족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질 것이란 얘기다. 세종대 이기상(경제학) 교수는 “지방 공항 활성화를 위해 거점 공항 육성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특히 지방 공항이 폐쇄될 지역의 반발 여론을 어떻게 무마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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