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기행' 강좌 연 건축학교들…옛집 보며 '새집 척학' 닦는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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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고건축 기행을 통해 학생들에게 창조적인 건축가의 길을 가르치는 개성있는 건축학교와 건축과가 있다.

지난 9월 개교한 서울건축학교와 올해 3월 개원한 한국종합예술학교 미술원 건축과다.

이곳에서 고건축기행은 필수 교과과정. 교과서 밖의 실제 건물을 보고 건축공부를 익히는 것은 어느 건축과나 매일반. 그러나 이곳 커리큐럼에는 이제까지 현대건축에서 관심밖이었던 우리 고건축을 끌여들여 주목을 받고 있다.

김수근 문화재단 산하의 서울건축학교는 2년여에 걸친 워크숍과 단기과정 프로그램 운영을 거쳐 올해 9월 문을 열고 18명의 첫 학생들을 받아 들였다.

서울 원서동의 ㈜공간 1층과 지하에 자리잡은 이 학교 책임자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 고건축 전문가다.

우선 운영위원장인 건축가 김원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고건축.고미술매니어. 교장 조성룡씨도 90년대초 뜻맞는 건축가들을 모아 한샘건축기행이라는 최초의 고건축기행을 시작한 건축가이다.

이 학교의 설립이념중 제1장은 그래서 바로 고건축물을 통한 창의성 발견이다.

"우리는 전통 고건축물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공간개념과 설계의 실제를 발견한다.

삶의 차원을 넓혀주고 숭고한 정신세계를 건축물을 통해 발견한다.

아직도 이땅에는 고전의 숨결이 살아 숨쉬고 있으며 창조적 접근을 기다리고 있다. " 이곳 학생들이 2년 동안 공부하면서 학교안의 스승과 학교밖의, 말없는 고건축이란 선생들에게서 공부를 익혀야 한다.

어느쪽에 치중할지는 학생몫이지만 많은 교수들이 국토 이곳저곳에 남아있는 '현장의 선생님들을 부지런히 찾으라' 고 말해주고 있다.

문화체육부 산하인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는 교수 모두 (민현식.김봉렬)가 고건축 기행의 오랜 동참자이자 고건축 학자다.

정원이 10명에 올해 신입생은 6명. 그래서 이 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틈나면 고건축 답사에 나선다.

답사현장에서 무릎을 맞대고 주고받는 감상과 비평은 말그대로 산교육. 이들의 고건축 기행이 우리 건축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훨씬 넓게 열려있는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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