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뒤바뀐 한·미 미사일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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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06년 7월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때는 대북 채찍론에 선 부시 행정부에 맞서 노무현 정부가 ‘북·미 접촉’을 요구하며 대화론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다음 달 초 예고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서는 한국은 예민한 반면 미국은 “요격을 하지 않겠다”며 좀 더 지켜보자는 듯한 모양새다. 미국은 8년 공화당 정권이 민주당 정권으로, 한국은 10년 진보 정부가 보수 정부로 교체된 결과다.

2006년 미사일 발사를 10여 일 앞둔 6월 20일 당시 정부와 여당(열린우리당)의 대책회의에선 “미사일인지 위성인지 불확실하다”는 정부 입장이 공개됐다. 같은 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핵 운송체계 개발로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단언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이번엔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지난달 국정원·국방부는 국회에서 “미사일로 본다”고 답변했는데 데니스 블레어 미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10일 미 의회에서 “우주발사체로 본다”고 공개 발언한 뒤 결국은 요격을 포기했다.

대북 접근법을 놓고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2006년 6월 당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미사일을 막으려면) 미국도 북·미 대화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 양자 대화를 촉구했다. 같은 달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북·미 양자 대화는 카드에 없다”고 공언했던 것과 배치된다. 하지만 올해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북을 추진하며 이미 미국은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오히려 미국 쪽에서 “한국이 먼저 대화를 통한 해법을 미국에 주도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아서 브라운 전 오바마 인수위 정보팀장)며 한국에 대북 대화를 권고하는 듯한 발언까지 나온다.

대북 제재를 놓고도 노무현 정부는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핵실험으로 이어졌는데도 미국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요구를 거부했다. 반면 올해는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PSI에 전면 참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전문가들은 2006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대목은 미사일로 북·미 양자 대화를 추진하고 한·미 공조를 흩뜨리려는 북한의 의도라고 지적한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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