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교보문고 선정 이달의 책]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
사사키 다케시 외 지음, 윤철규 옮김, 이다미디어, 839쪽, 2만7000원

현행 대학 입시제도가 앞으로 100년 정도 지속된다는 불쾌한 상상을 해 보자. 무엇이든지 오래되면 고전이 될 수 있으므로 그 때의 수능시험에는 이런 문제가 나오지 않을까. 다음 중 비틀스가 부른 노래는? ①Yesterday ② ~~. 수많은 주옥같은 곡을 남긴 그룹이라도 현행 수능시험에서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비틀스는 ‘예스터데이’를 불렀다” 한 문장이다.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을 보면서 처음 들었던 느낌은 ‘논술고사를 앞두고 있는 수험생에게 딱 맞는 책’이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고전의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기 때문이다. 수능이나 논술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은 고사하고 많은 것도 알 필요가 없다. 수능시험은 대표적인 문구 하나면 족하고, 논술시험은 열 줄로 요약된 내용을 이해하면 충분하다. 이 책은 오히려 지나치게 자세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가 고전을 대하는 기본 방식은 입시를 통해 형성된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베이컨은 “고전이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 가장 읽히지 않는 책”이라며 정곡을 찔렀다. 고전을 읽지 않는 것이 우리만은 아닌 것이다. 조금은 위안이 되지만 만족은 하지 말자. 그리고 우리의 현실을 무척 함축적으로 표현한 표지의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며 반성해보자.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손가락 사이에 ‘절대지식’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신은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절대지식’을 전달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그것을 받는 인간은 거만하게 비스듬히 누워 성의없이 손을 내밀고 있다. 신이 내린 ‘절대지식’이 담겨 있는 고전을 소홀히 대하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표지를 넘겨 내용을 들여다보자. 이 책은 도쿄대학교 총장인 사사키 다케시의 주도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219권의 고전을 엄선해 자상한 해설을 곁들여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부지런한 데다 『상실의 시대』(무라카미 하루키) 주인공의 말처럼 ‘계통적으로 정리해야만 사물을 이해할 수 있는 타입’이 많은 일본인의 특성이 만들어낸 책이라고 하겠다.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은 논술을 앞둔 수험생보다는 오히려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아닐까 싶다.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삶의 태도는 지난 세기까지 인류가 이루어 놓은 사상적 바탕 위에 서 있다. 그런 중요한 토대를 단편적으로 암기하고 있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비틀스의 히트곡이 ‘예스터데이’만이 아니며 음반 전체를 들어야만 실험성이 느껴지는 명반들이 많은 것처럼, 여러 세기를 내려온, 아니 살아남아 고전으로 불리는 책이라면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삶에 대한 통찰과 창의성의 힌트가 있겠는가.

하지만 고전을 바로 읽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무턱대고 읽기에는 너무 어렵고 방대하며, 무엇부터 읽어야할지 막연하다면 책장의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이 책을 꽂아둘 것을 권하고 싶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책을 들쳐보다가 이른바 ‘필이 꽂히는’ 책을 찾아 읽으면 될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을 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지식을 얻었다는 뿌듯함을 얻을 수 있겠지만, 때때로 삶에 필요한 보석을 찾게 해주는 ‘보물지도’로 활용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노이만의 『영구적인 혁명』, 위너의 『인공두뇌학』, 풀러의 『우주선 지구호 조정 매뉴얼』같은 책들은 본서는 물론이고 저자들의 다른 책마저 국내 번역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전문가들의 선정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겠지만, 일본에는 있는데 우리에게는 없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지적 편식이 걱정되기도 한다. 부디 이가 빠진 부분들이 하루 빨리 채워지기를 바란다.

김지룡(문화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