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못 지키는 민노당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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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는 25일 노동자에게 매월 적어도 77만원의 봉급을 보장하라는 '최저임금 쟁취 결의대회 발대식'에 참석했다.

서울 학동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열린 이날 대회에서 참석자들은 "현재 월 56만7260원으로 책정돼 있는 최저임금으론 도저히 살 수 없으니 77만원으로 올려라"고 시위했다. 민노당은 이 수준으로의 최저임금 인상을 당 차원에서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민노당 스스로도 그걸 못 지키고 있다. 민노당은 이날 90여명의 중앙당 사무처 관계자들에게 종전 수준을 조금 넘는 월급 72만원을 주기로 잠정 결정했다. 당 관계자는 "씀씀이가 많아 일단 그 정도밖에 못줄 형편"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은 지난 총선 때 10명의 의원을 탄생시킴으로써 상당액의 국고보조금을 받게 됐다. 아울러 당원들의 숫자도 급증해 당비도 늘었다. 당 회계 관계자는 "최근 5억20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으며 총선 후 당비로 4억원이 걷혔다"고 했다.

그래서 사무처 요원들은 월급 인상을 기대했다. 김배곤 부대변인은 "총선 후 월급이 120만~140만원은 될 거라는 얘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운영 비용이 더 크게 늘어난 게 문제다. 당에선 정책연구원과 의원보좌관 등 모두 100여명을 새로 충원했다. 여의도 당사 임대면적을 빌딩 1개 층에서 2개 층으로 넓혔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국고보조금도 들어오기 시작해 제대로 된 봉급체계를 갖추려 했지만 아직은 여건이 안 된다"며 사무처 관계자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재영 정책국장은 "예상보다 적은 봉급을 받게 되자 정책연구원과 의원 보좌관 중 일부가 당을 떠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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