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말버릇은 부모책임 부부간에도 높임말 써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주부 최모 (34) 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7)에게 더 일찍 존대말을 가르치지 않은 것을 요즘에야 후회하고 있다.

최씨는 아들이 말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존대말도 배우려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하지만 학교에 들어간 후에도 할아버지.할머니에게는 물론 이웃어른에게도 "저리가" , "밥먹어" 라며 반말을 마구 해대 곤란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말을 처음 배울때야 말하는 것이 신기해 '귀엽다' 며 넘어갔지만 초등학생이 된 후에도 반말을 계속하니 어른들 보기도 미안하고 '자식교육 잘못시킨다' 는 소리까지 들을까 걱정이다.

요즘 자녀들이 나이가 들어도 존대말을 제대로 못 써 골치를 앓는 부모들이 많다.

어릴때 존대말하는 습관이 들지 않으면 사춘기쯤에 이르러서 새삼 존대말을 배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를 지나면서도 부모에게 반말을 할 경우 어쩌다 하게되는 부모와의 언쟁에 거친 언어로 반응하게 되는데 이는 곧 거친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아동문제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존대말을 배우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가정의 언어환경을 꼽는다.

존대말을 하는 것을 많이 듣고 직접 봐야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존대말을 가르칠 때는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존대말을 요구하기보다 상황에 맞춰 '고맙습니다' '이것 주세요' 처럼 꾸준한 시범을 보이는게 가장 효과적이란 지적이다.

또 친척이 방문했을 때나 이웃집에 갔을 때처럼 부모외의 사람과 어울릴때가 윗사람에 대한 존대를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많이 읽어 주는 것도 자녀들의 존대말 교육에는 더없이 효과적인 방법. 작품속에는 존대어가 비교적 정확하게 많이 나와 있고 어린이들이 재밌어 하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이은화 (李恩和.유아교육과) 교수는 "핵가족이 보편적인데다 아이들이 자주 보는 방송의 오락프로같은데서 예의바른 말보다는 자투리말이나 속어등을 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들이 언어교육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고 조언한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