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열풍]문제점·대책(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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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비정상적인 고시열풍이 대학교육을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서울대생 池모 (23.법대4) 씨는 "고시 필수과목인 민법총칙은 정식등록한 타과생뿐만 아니라 정보를 얻기 위한 타학교 청강생까지 몰려 조금만 늦어도 앉을 자리가 없다" 고 전했다.

올2학기 서울대 법대 민사소송법 수강생 1백82명중 40명, 경제학부 재정학 수강생 1백13명중 34명이 각각 타과생이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등이 지난 여름방학중 실시한 97년 2학기 수강신청 결과 조기 마감된 과목 대부분이 고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나 학점관리용 과목이었다.

학생들 사이에 "고시 성패는 수강신청에서 좌우된다" 는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다. 그러나 비 (非) 고시과목인 서울대 법대 독일법 강의에는 수강생 6명에 타학과생은 전혀 없는 실정. 심지어 경희대 법학과는 올 2학기에 3학년 전공선택 과목이지만 고시와 무관한 비교헌법학 수강생이 10명 미만이어서 학칙상 폐강해야 했다.

부산대 법대 김상영 (金尙永) 교수는 "고시 시험일이 임박하면 교수의 양해를 구해 장기 결석하는 학생도 많을 정도로 고시의 폐해가 크지만 고시합격생 수로 학교의 지명도를 결정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

고시에 대한 사회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고 말했다.

연세대 법대 허영 (許營) 교수는 "암기 위주 과목으로 편성된 현재의 고시제도로는 법률기술자를 양산할 우려가 크고 비법대생이 사법시험에 몰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며 "지나친 고시열풍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응시자격을 법대및 법학대학원 졸업자로 제한해야 한다" 고 말했다.

또 연세대 법대 양승두 (梁承斗) 교수는 "사법시험 제도가 달라져야 한다.

법학과 교육과정을 개선해 법학을 교육받은 정도에 따라 다양한 자격시험 자격을 주는 방안도 도입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예컨대 법학과를 2년.4년.6년제등으로 구분, 2년제를 나오면 부동산 중개사, 4년제를 졸업하면 변리사, 6년제를 나오면 사법시험 응시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법시험 선발인원을 크게 늘린후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세가지 개선안을 검토중이다.

그중 1안은 법과대학 졸업자 혹은 졸업예정자에게만 사시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방안, 2안은 법과대학 졸업자에게 사시 1차를 면제하는 방안, 3안은 성적이 평균 이상인 법대 졸업자에게만 사시1차를 면제하는 방안등이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조인 자격시험의 응시자격을 원천적으로 법대 졸업자로 한정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면 세계적인 추세" 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3년 과정의 법학대학원을 졸업해야 한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지며 법학대학원은 대학을 졸업해야 들어갈 수 있다.

독일도 대학에서 3년6개월 이상 법률수업을 받아야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이 부여된다.

교육부도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관계기관마다 이해가 달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철근.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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