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FC 홍현진씨, 인턴 입사해 월수입 1000만원 보험여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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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은 주식 때문이었다. 2007년 4학년 1학기 등록금 4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반 토막이 났다. 돈이 필요했다. 삼성생명 보험설계사(FC) 인턴을 하면 월 80만원을 준다는 데 혹했다. 그런데 거기서 새 세상을 만났다. 변화하는 보험 시장의 미래가 보였다. 이화여대를 나와서 FC 하느냐는 걱정도 들었다. 진로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가 없던 아버지마저 “왜 꼭 보험사냐”고 말했다. “지금 보험이 예전 그 보험이 아니거든요”라고 답했다.

인턴으로 시작해 삼성생명의 최연소 ‘보험 명인’에 오른 홍현진(24·사진)씨 이야기다. 보험 명인은 삼성생명 FC 가운데 월수입이 1000만원 이상인 FC를 부르는 말이다. 인턴 6주를 끝내고 FC가 된 지 1년 만이다.

그녀는 ‘스펙(취업에 필요한 자격 요건)’이 약했다. 토익 성적도, 학교 성적도 별로였다. 그러나 약점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스펙이 강하다’고 확신했다. 소통하는 능력, 조직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녀가 자부하는 스펙이다.

사실 대학 때부터 남다르긴 했다. 2학년이던 2005년 부동산·펀드 등 실전 재테크를 하는 부자동아리를 만들고 회장도 맡았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지만, 대학생인 ‘인턴 FC’가 보험을 권유할 만큼 잘 아는 사이의 직장인은 고등학교 동창 딱 한 명뿐이었다. 그 동창이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고, 다시 소개를 받고…. 그렇게 꼬리를 물어 지난해 1년간 123건의 보험을 계약했다. 그녀는 “새 고객을 만나기 전에는 소개팅하는 것처럼 설렌다”며 “사람들은 좋은 것이란 확신을 가지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월마다 계약 건수로 칼같이 평가를 받는 경쟁 시스템도 즐긴다. “다른 직장인들은 몇 년에 한 번 승진할 때나 느끼는 쾌감을 나는 매월 실적 평가를 할 때마다 느끼니 축복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의 영업 비결은 고객으로부터 한 장이 아니라 한 통씩 받아오는 명함에 있다. 그 명함으로 고객과 고객을 잇는다. 새 노트북이 필요한 디자이너는 컴퓨터 대리점 사장과 연결해 주고, 무료 스케일링 서비스를 하려는 치과에 고객 회사를 소개했다. 이런 노력 덕에 보험 대리점 6개가 입주한 건물에 있는 치과 직원들을 모두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었다.

취업난을 겪는 또래들에게 그는 말한다. “자기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회사를 붙잡는 게 아니라 회사가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잖아요.”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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