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백로떼죽음 농약쇼크…오염경로·전염병균등 체계적 연구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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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환경오염 재앙의 예고인가.

우리 국토는 철새도 못 살 땅인가.

지난 12일을 전후해 경남거제에서 떼죽음한 백로의 사인이 농약.유기염소화합물등 독극물의 체내 과다축적과 살모넬라균에 의한 전염병에 의한 것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자 "새들도 살 수 없는 환경에 사람이 어떻게 살수 있나" 라는 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류학자인 경남대 생물학과 손성원 (孫成源) 교수는 "백로 떼죽음은 인간들에게 닥칠 환경 재앙을 미리 예고하고 있다" 며 "백로의 이동경로와 서식지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고 말했다.

특히 심각한 것은 농약오염. 경남대 민병윤 (閔丙允.환경보호학과) 교수는 이번에 죽은 백로의 간에서 유기염소화합물과 농약성분인 PCB 0.3PPM.BHC 2.65PPM.DDT 1.97PPM을 추출했다.

이같은 농약성분 체내 축적은 추석 전후 벼멸구 방제를 위해 농약이 많이 뿌려진데다 백로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가뭄으로 물이 말라 농약농도가 높아진 논물을 계속 먹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閔교수는 "유기염소화합물의 경우 지방에 95% 이상 축적되기 때문에 백로들이 이동하면서 에너지원으로 지방을 많이 소모할 경우 상대적으로 유기염소화합물의 농도가 높아져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석은 떼죽음 현장인 거제시사등면사곡리 늘밭등못.사두섬등에서 2~3년전부터 백로들이 죽어갔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이번에 떼죽음한 백로처럼 해마다 남쪽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남아있는 집단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환경오염의 증거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름철새인 백로는 대부분 3월에 우리나라에 날아와 처서가 지나면 동남아시아로 날아가지만 쇠약한 백로들은 힘에 부쳐 우리나라의 남쪽지방에서 겨울을 보낸다.

특히 장티푸스.식중독등 각종 수인성 전염병의 원인균인 살모넬라균이 백로들의 떼죽음에 직접적 원인이 사실은 우리 주변의 수질오염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 박테리아.살모넬라균등의 내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떼죽음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상대 미생물학과 이현숙 (李賢淑) 교수는 "동물의 장속에 들어있는 살모넬라균을 분리해 실험해 보면 각종 항생제에 내성이 높은 살모넬라균들이 많아지고 있다" 고 밝혔다.

거제의 환경단체인 초록빛깔사람들 조순만(趙淳萬.39) 대표는 "일본의 '이타이이타이' 병도 원인이 밝혀지는데 20년이 걸렸다" 며 "환경문제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새들의 문제가 인간의 문제로 닥쳐온다" 고 말했다.

창원 =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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