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최고위 의견 따라라” 정동영 “지지자 의견 존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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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4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의 회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서울 상수동 자택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4·29 전주 덕진 재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미국에서 귀국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4일 저녁 비공개로 만나 공천 문제를 놓고 담판했으나 결렬되고 말았다.

정 전 장관과 정 대표는 이날 오후 5시50분쯤 서울 마포의 한정식집 ‘백조’에서 만나 3시간15분 동안 덕진 공천 문제를 비롯해 당내외 정치상황 및 남북관계 등을 논의했다. 정 전 장관과 정 대표는 회동 뒤 “4개 항의 의견을 나눴다”면서 “4·29 재·보선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대표는 (정 전 장관의 덕진 공천에 부정적인)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전달하며 선당(先黨)의 자세로 협력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며 “(반면)정 전 장관은 귀국과 출마의 진정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함과 동시에 당원과 지지자들의 (공천 찬성)의견을 당 지도부가 경청하고 존중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로 이견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정 전 장관은 25일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의 오찬을 시작으로 조세형 전 대표, 박상천 전 대표, 문희상 국회 부의장 등 원로들과 만나 조언을 듣고 (출마)입장의 진정성도 밝히기로 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계속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으나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회동 뒤 정 전 장관은 본지 기자에게 “15대 초선 때 둘이 같이 자주 가던 곳에서 소주도 좀 하며 ‘원내에 들어가 돕겠다’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대표는 정 대표대로 당의 어려움을 설명했다”고 말해 이견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전주 덕진 공천 문제로 정세균 대표와 회동을 마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4일 밤 서울 사당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당이 공천을 안 주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건가’라는 질문엔 “너무 이른 얘기”라고 말했다. 정 대표와의 다음 만남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김원기 전 의장과 조세형 전 대표를 만난 뒤에”라고만 답했다.

역시 자택으로 귀가한 정 대표도 “정 전 장관은 나와 오래 함께해 온 동지다. 작은 문제 갖고 틀어지고 할 관계가 아니다”면서도 “공과 사는 다르다”고 말했다. 양측 측근들은 “애초 이번 회동에서 덕진 공천 여부가 결론 날 가능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미 출마 지역(덕진)과 시기(4월)를 못 박아 벼랑 끝에 진을 친 형국이고, 정 대표도 정 전 장관 출마에 부정적인 당내 신주류 386계열 수도권 의원들을 쉽게 등지기 어려워 이달 말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지리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이번 회동은 결국 타협에 실패해 정 전 장관이 무소속 출마를 할 경우 양측이 ‘최대한 노력했다’고 주장하기 위한 명분 축적용이란 지적도 있다. 정 전 장관이 귀국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이번 회동은 양측 합의로 시간과 장소가 철저히 가려진 채 배석자 없이 독대 형식으로 진행됐다.

임장혁·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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