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 사단' 통기타 잔치…장필순·한동준·창고 등 내달 합동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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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사랑했지만' '널 사랑하겠어' '내가 만일' '사랑의 서약' …. 비록 70년대와 같은 영화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90년대에도 포크는 늘 살아 있었다.

청중이 다른 음악에 귀를 돌렸을 때도 포크가수들은 묵묵히 기타를 쳤고 노래를 만들었다.

해바라기의 '언제나 그 자리에' 는 사랑을 얘기하는 노래이기 이전에 포크의 정신을 말하는 노래였다.

댄스가 주도권을 잡은 92년 이후에도 많은 포크 노래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랑받았다.

김광석·안치환·한동준이 부르는 서정적인 노래들은 음반마다 수십만장씩 팔리는 호응을 얻었다.

요즘 포크가 전면적으로 회귀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한대수의 말처럼 기계화되고 컴퓨터화된 시대일수록 인간의 체온을 담은 음악이 그리워지기 때문일까. 그 포크의 서정성과 휴머니즘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한 노래패가 뜻깊은 합동공연을 가진다.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대중음악 공연시리즈 두번째인 '97 포크페스티발' (11월21~23일.02 - 706 - 5858) .여기에는 '하나음악' 이라는 독립음반레이블을 이끌며 묵묵히 자기음악을 추구해온 '조동진사단' 의 가수들이 처음으로 한데 모여 화음을 낸다.

포크가 70년대에서 굳어버린 화석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숨쉬는 90년대의 음악임을 보여준다는게 이들의 작의. 60년대말부터 음악생활을 시작한 조동진은 79년에 들어서야 발표한 1집 '행복한 사람' 과 '나뭇잎 사이로' (80) , '제비꽃 (85)' 등으로 서정성과 휴머니즘이라는 한국포크의 한 줄기를 살찌웠다.

내성적인 느낌의 나즈막한 중저음에는 뚜렷한 매력은 없어도 아무도 흉내못내는 그만의 개성과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는 80년대 내내 방송등 제도권과 거리를 유지하며 언더그라운드 포크계를 이끌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인기 대신 노래를 필생의 업으로 삼고 홀로 기타를 치는 그를 '형' 으로 부르며 많은 가수들이 모여 들었다.

정태춘과 김현식, 하덕규와 한영애, 유재하와 함춘호, 김광석과 안치환…. 그들은 조동진의 골방에서 피크를 돌려 가며 기타를 치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60년대 히피촌을 연상시키는 포크 공동체를 이뤘다.

(영화 '정글스토리' 의 김홍준 감독은 영화구상을 위해 한달간 이들과 머물기도 했다) 여기서 솟아 나온 서정성과 휴머니즘은 순수포크건 발라드건 각자의 노선과 관계없이 그들 음악의 바탕이 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하나음악' 에 소속된 장필순.낯선 사람들.한동준.권혁진등 그의 직계후배들과 더 클래식.여행스케치.창고등 방계후배들까지 한무대에 선다.

최근 낸 5집이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등으로 인기를 얻고있는 장필순은 퓨전재즈로 가수를 시작했지만 여러 실험을 거쳐 원숙한 포크가수로 자리잡은 뮤지션. 까칠하지만 따스한 담요처럼 허스키한 목소리는 그녀만의 매력이다.

목에 탈이 나 1년 넘게 노래를 쉬었던 한동준과 기타리스트 출신 권혁진이 결성한 '엉클' 은 이번 공연이 바로 데뷔무대. 삼촌처럼 친근한 포크가 이들의 주제다.

한동준의 맑은 목소리와 브라이안 아담스처럼 허스키한 권혁진의 음색을 섞어 포크록 '그대와 함께라면' 을 들려 줄 계획. 2년만에 무대에 서는 낯선 사람들은 지난번 앨범 (2집)에서 한국의 '맨해튼 트랜스퍼' 란 별명을 들었을만큼 퓨전재즈적인 음악을 선보였지만 기본정서는 서정성과 휴머니즘으로 포크와 다름없다.

이들이 포크동료들과 어떻게 퓨전 (섞임) 될지 관심을 모은다.

더 클래식은 발라드계열 노래를 많이 발표한 그룹이지만 조동진사단의 일원인 멤버 박용준이 서정적인 편곡과 건반연주를 통해 역시 포크의 미덕을 보여준다.

그 대표곡인 '마법의 성' 이 주 레파토리. 창고는 타임머신을 타고 70년대로 간 듯 원단 포크풍의 음악을 들려주며 여행스케치 역시 1천회에 달하는 라이브를 통해 체득한 포크의 정서를 맛보여 줄 전망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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