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부토 부패 닮은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요즘 필리핀과 파키스탄은 과거 통치자들이 해외에 은닉한 부정축재 재산의 진상을 규명하는 문제로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필리핀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마르코스 비자금 문제가 최근 다시 불거져 나온 것은 지난달. 미국의 한 변호사가 지금까지 추론만 무성했던 비자금의 내역과 은닉장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 과거 마르코스정권에서 일한 적이 있는 로버트 스위프트 변호사는 캘리포니아 법정에서 마르코스가 하와이로 망명하기전에 스위스은행에 시가 1백30억달러상당의 금괴 1천2백t을 은익해놓았다고 증언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필리핀정부가 주장해왔던 마르코스의 국고횡령액 2백억달러중 상당부분이 사실로 입증되는 셈이다.

더구나 스위프트는 마르코스의 상속자들이 피델 라모스 현대통령 측근들과 공모해서 스위스은행을 통해 돈세탁을 하려한다고 주장, 정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라모스 측근들은 "야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라모스측 후보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기위한 음해" 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15일 스위스의 한 은행이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등 일가가 총1천3백80만달러의 돈을 17개 계좌에 분산.예치해 놓고 있다고 발표한 이래 정계와 언론이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들끓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토여사가 실정과 부패를 이유로 실각한 이후 정부 반부패조사위원회는 부토일가가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국고자금을 빼돌려 외국은행에 분산.은닉했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그같은 의혹이 사실로 들어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토총리는 자신이 반부패위를 만들어 부정부패 추방운동을 펼쳤던 장본인이라 국민들의 배신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AP등 외신들은 스위스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부토일가가 스위스은행에 은닉한 현금만 최소 8천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반부패위는 "국민들의 세금을 강탈한 부토 일가를 모두 체포하고 은익재산을 회수해야한다" 고 촉구하고 있지만 부토여사는 "스위스은행에 돈을 예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치한 돈은 모두 합법적으로 번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봉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