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빅리거 군단들 부진은 ‘덜 깬 겨울잠’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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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은 한국과 일본, 두 아시아 국가의 대결로 치러진다. ‘야구 종주국’ 미국과 ‘아마추어 최강’ 쿠바,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포진한 베네수엘라·푸에르토리코·도미니카공화국은 줄줄이 탈락했다. 이로써 1회 대회 일본에 이어 2회 WBC도 아시아 국가가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게 된다. 물론 한국과 일본 야구가 무시 못할 전력을 지닌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거들이 객관적인 실력에 비해 국제대회에서 맥을 못 추는 데도 분명 이유가 있다.

◆3월 대회가 부담스러운 메이저리거=우선 3월에 열리는 WBC 일정이 메이저리거들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이 있다. 데이비 존슨 미국 감독은 23일(한국시간)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패한 뒤 “한국과 일본은 스프링캠프를 일찍 시작한다. 일본에 있을 때 1월 1일에 훈련하는 것을 봤다. 준비를 일찍 하고 연습을 많이 한 것은 분명히 장점이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팀은 1월 초부터 팀 훈련을 시작한다. 일본도 2월부터 공식 팀 훈련에 들어간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2월 중순 이후 캠프에 소집된다. 대회가 치러지는 3월에는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메이저리거들에 비해 몸 상태가 좋다. 미국 대표팀에서 더스틴 페드로이아, 케빈 유킬리스 등 부상자가 속출한 것은 훈련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실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WBC에 참가하지 못한 베네수엘라 출신의 특급 좌완 투수 요한 산타나(뉴욕 메츠)는 23일 “다음 WBC는 각국 리그의 정규 시즌이 끝나는 11월에 개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팀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뒤 2주 후 대회가 시작돼 준비 기간이 너무 짧다”고 밝혔다.

◆몰라보게 성장한 아시아 야구=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야구의 놀라운 성장도 간과할 수 없다. 2006년 1회 WBC에서 한국의 4강 진출과 일본의 우승으로 아시아 야구는 이미 미국 등 야구 강국들을 놀라게 했다. 3년이 지난 2회 WBC에서는 아시아 야구를 대표하는 한국과 일본이 결승전에 동반 진출했다. 루이스 소호 베네수엘라 감독은 22일 한국에 패한 후 “한국 투수들은 1회부터 끝까지 잘 던졌다. 한국은 메이저리거가 별로 없지만 앞으로는 많이 생길 것”이라고 한국의 실력을 인정했다.

국가 대항전에 임하는 자세에서도 차이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동양적 사고 방식에 따라 야구 경기에서도 애국심을 중시하는 반면 메이저리거들은 WBC를 시범 경기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인다. 준결승전에서 베네수엘라가 5개, 미국이 3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한 것도 집중력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로스앤젤레스=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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