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교육] 줄잇는 '카드 할부'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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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전북 군산에 사는 주부 박모(38)씨는 지난 4월 자녀 교육을 위해 인터넷 교육업체인 A사의 학습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하고 신용카드로 90만원을 12개월 할부 결제했다. 학습 도중 동영상이 자주 다운되자 지난달 중도해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A사는 박씨에게 해지공제금(결제금액의 10%).가입비 등 79만원을 위약금으로 요구했다.

소비자와 인터넷 교육 업체 간에 신용카드 할부계약 분쟁이 크게 늘고 있다. 일부 인터넷 교육업체는 학부모에게 언제든지 중도해지할 수 있다고 접근해 1~2년 동안 교육비를 받은 뒤 학부모가 계약을 해지하려 하면 과다한 위약금(가입금액의 60~80%)을 요구하고 있다. 또 방문지도 교육 등을 해 준다고 약속해 놓고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계약 철회 왜 어렵나=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은 거래 금액이 20만원을 초과하고 할부기간이 3개월 이상인 거래에 대해 철회권과 항변권을 명시하고 있다.

철회권은 할부거래를 취소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로 통상 거래일 또는 물건 인도일로부터 7일(방문판매는 14일, 통신판매는 7일) 이내에 서면으로 철회의사를 밝히면 된다. 항변권은 할부계약이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할부 잔액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다. 할부 기간 중 언제라도 행사할 수 있지만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입증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

철회권과 항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교육업체와 분쟁이 생겼을 경우 이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카드업계의 분석이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철회권은 14일 이내에 행사할 수 있지만 복제가 가능한 재화는 철회가 제한돼 있다. 인터넷 교육의 경우 계약할 때 프로그램을 고객 컴퓨터에 깔아주고 교육용 CD 등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과 CD는 복제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항변권은 인터넷 교육업체(가맹점)의 잘못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일부 인터넷 교육업체의 영업사원이 방문지도 교육을 해준다고 약속해 놓고 교사를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당수 학부모가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방문지도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우선 계약기간과 품목, 방문교육 조건, 중도해지의 세부 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지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계약서를 반드시 받아놔야 한다. 철회권은 계약서 없이 카드 명세서로도 행사할 수 있지만 항변권은 계약서가 없으면 계약서대로 이행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계약서에 없는 내용을 영업사원이 약속할 때는 해당 내용을 계약서에 쓰고 본사에 확인하면 향후 업체와 분쟁이 생겼을 때 해결하기가 쉽다.

또 영업사원이 인터넷 교육업체 ○○지사라고 말하면 반드시 해당 교육업체 본사에 확인하신 후에 계약을 해야 한다. 해약을 원할 때는 인터넷 교육업체에 확정일자가 있는 우편(내용증명)으로 해약 의사를 밝혀야 한다. 철회권을 행사하려면 구입일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해약의사를 보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업체가 해지 요청을 받지 않았다는 거짓 주장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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