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일본 기타큐슈와 손 잡고 날개 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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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세요~.”

20일 오전 11시 일본 기타큐슈(北九州) 국제공항 입국장. 일본 어린이의 한국어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일본 공휴일인 춘분절임에도 100여 명의 유치원생은 양손에 태극기와 일장기를 들고 나와 입국장을 나서는 사람에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20일 일본 기타큐슈(北九州) 국제공항에서 일본 유치원생들이 제주항공의 첫 국제선인 인천~기타큐슈편으로 이곳에 도착한 관광객을 환영하고 있다.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제주항공은 이날 국내 저가·저비용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인천과 일본 오사카·기타큐슈를 잇는 국제선 정기노선에 취항했다.

이번 취항은 2006년 국내 첫 저가 항공사로 운항을 시작해 국제선까지 진출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제주항공과 쇠퇴한 공업도시에서 관광도시로 탈바꿈하려는 기타큐슈의 입장이 맞아떨어졌다.

◆기타큐슈의 적극적인 유치정책=기타큐슈 곳곳에 취항을 기념하는 현수막과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현지 방송에도 관련 소식이 빠짐없이 보도됐다. 기타큐슈는 제주항공의 공항시설 이용료 등도 감면해 주기로 했다. 기타하시 겐지(北橋健治) 기타큐슈 시장은 “제주항공의 성공적인 취항과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 공무원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기타큐슈가 이렇게 적극적인 데는 이유가 있다. 1901년 일본 최초의 고로인 야와타 제철소가 들어선 기타큐슈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규슈 최대 도시로 번성했다. 하지만 철강산업 등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5년 바다를 메워 새로 만든 기타큐슈 공항 사정도 마찬가지다. 국제선은 지난해 중국 남방항공의 상하이 왕복 노선에 이어 제주항공이 두 번째다. 하지만 상하이 노선은 올 초 운항이 중단돼 제주항공이 사실상 유일한 국제 정기노선이다.

애경그룹 홍보담당 양성진 상무는 “기타큐슈시는 일본 내 마케팅을 전담하는 것은 물론 한국에도 수없이 와서 취항 관련 작업을 도와주는 등 무척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고 말했다.

◆출발 순조롭지만 갈 길은 멀어=이날 일본 오사카와 기타큐슈에서 인천으로 오는 항공편 좌석은 거의 다 찼다. 일본행도 70% 이상의 탑승률을 기록했다.

애경그룹 안용찬 생활·항공담당 부회장은 “ 올해 안에 방콕 등 동남아 노선으로 국제선 취항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는 경상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요금의 70% 수준으로 값을 낮춰 경쟁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인천~오사카 노선은 왕복 26만원, 기타큐슈 노선은 24만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일본 관광객 유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데다 다른 저가 항공사도 속속 일본 진출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는 올 가을, 아시아나가 경영권을 쥔 에어부산은 내년 상반기에 국제선 취항에 나설 예정이다. 제주항공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경그룹 양성진 상무는 “ 합리적인 가격을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기타큐슈=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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