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러시아 여자경관 소설 베스트셀러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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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즘 러시아 독서계는 현직 여자경찰관인 알렉산드라 마리니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지난 91년 이후 지금까지 그녀가 발표한 19권의 소설들은 출간 한두달만에 모두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고 작품의 주인공들 역시 한결같이 러시아국민의 영웅으로 부각됐다.

서유럽의 탐정소설과 비슷한 그녀의 소설에는 아나스타샤 카멘스카야라는 여자탐정이 등장해 옛 소련 몰락후 러시아에서 실제로 일어남직한 사건들을 해결한다.

타락한 과학자, 돈의 노예가 된 전직 비밀경찰, 서유럽의 정보상인, 섹스, 폭력등이 그녀의 작품속에 적절히 배합돼 작품의 흥미와 긴장도를 높인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이 히트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데서 찾을 수 있다.

애국심과 도덕심으로 무장한 용맹무쌍한 마리니나의 주인공들은 러시아의 현실에서는 단한번도 단죄되지 않을 것만 같은 난공불락의 신흥부호, 타락한 관료, 애국심이 결여된 매국노등을 가차없이 처단한다.

현재로서는 러시아에서 마피아 대부와 타락한 군장성등이 단죄되는 유일한 곳이 그녀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정의를 갈구하는 러시아의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제정러시아 말기 타락한 사회상과 관료들을 고발.단죄했던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과 비슷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금까지 마리니나가 출간한 소설은 최근작 '스타일리스트 (사진)' '남자들의 게임' '어쩔 수 없는 살인' 등 19권으로 총 판매부수가 3백만부에 달한다.

마피아와 노브이 루스키 (사유화를 통해 급속하게 부를 축적한 러시아 신흥부유층) , 타락한 정치인등 온갖 우울한 소식에 찌들어 있는 러시아인들의 겨울을 그나마 위로해 주는 게 있다면 그중 하나가 마리니나의 소설임은 분명하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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