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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반짝 상승 후 제자리 “과잉 기대 말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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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호 08면

이달 들어 부동산 규제 없애기의 약효가 떨어지면서 주택 시장에 다시 냉기가 흐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중앙포토

부동산 시장에 봄은 왔는가. 올 1~2월 집값이 반등하고 주택담보대출이 글로벌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자 일각에선 ‘집값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주택시장에서도 모처럼 신규 주택 착공이 늘었다는 소식이 이런 조급함에 힘을 더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한국부동산정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아파트값은 투기지역 해제 기대에 부푼 강남구(0.13%)와 송파구(0.03%)에서 소폭 상승했다.

강남 부동산 시장‘노무현 대못’ 다 뽑긴 했는데

하지만 ‘봄날의 귀환’은 시기상조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지난주 강서구에서 강동구까지 부동산중개업소 30여 곳을 탐방했다는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반등세가 죽고 쉬어가자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한강변 개발 계획과 층수 규제 완화 등으로 재건축 단지의 호가가 급반등하고, ‘한남더힐’ ‘효창파크 푸르지오’ 등 일부 단지가 분양에 성공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다시 냉기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여러 가지 착시현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예상하는 ▶규제 완화에 따른 재건축 사업성 개선 ▶양도소득세 감면에 의한 주택 수요 증가 ▶정부 대책에 힘입은 미분양 감소 ▶저금리를 견디지 못한 여유자금의 상가 시장 유입 ▶양도세 감면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따른 토지 시장 부활 등 다섯 가지를 대표적인 과잉기대와 착시현상으로 열거했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상무는 “정부가 경기·인천 지역의 신규·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양도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지만 기존 아파트보다 20~45% 정도 비싼 분양가가 여전히 부담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권 집값에 대해서도 “투기지역 해제 등의 재료는 이미 반영됐고 실물경기 침체가 지속돼 당분간 소폭의 오름내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지난해 말 시작된 금리 인하와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반짝하던 부동산시장이 3월 들어 다시 위축되고 있다”며 “비수기인 5~6월까지는 주택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조짐”이라고 말했다. 자영업 위기와 기업 자금난으로 상가·오피스 시장에는 본격적으로 한파가 몰아 닥치고 있다. 서울 성수동 새싹부동산 김성혜 대표는 “KBD(강남권)와 CBD(광화문 일대 도심)에서 벗어나 임대료가 저렴한 준공업지역 내 공장·오피스로 이주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는 ‘대폭락’과 이로 인한 금융회사의 부실화를 막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정부 대책의 효과로 강남 시장이 벌집순환모형(Honeycomb cycle model)의 5, 6국면에 예상보다 빨리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벌집순환모형에 따르면 주택시장은 1국면(거래량 증가, 가격 상승)→2국면(거래량 감소, 가격 상승)→3국면(거래량 감소, 가격 보합)→4국면(거래량 감소, 가격 하락)→5국면(거래량 증가, 가격 하락)→6국면(거래량 증가, 가격 보합) 순으로 움직인다. 김 소장은 “구매력이 훼손되고 금융권의 대출 여력이 떨어져 있어 당분간 시세가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무현 정부 때 박아놓은 규제 대못은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거의 다 뽑혔다. 정부는 지난해 6·11 미분양대책을 포함해 11·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까지 굵직한 정책 7개를 쏟아부었다. 대못 뽑기는 진행형이다. 정부가 다음 달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면 사실상 완성형이 된다. 복잡한 거래 규제와 세제는 단순하게 바뀌었으나 일반 국민은 오히려 혼란을 느끼고 있다. 단기간에 너무 많은 제도가 여러 차례 나뉘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변경된 부동산 거래 규제와 세제를 알아본다.

토지거래허가구역만 남아
강남 3구는 마지막 남은 주택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주택거래신고지역이다. 정부는 이마저 다음 달 모두 해제할 방침이다.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40%에서 60%로 높아지고 DTI(총부채상환비율) 40% 제한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LTV가 높아진다고 해도 주택 가격이 하락했고, 금융회사가 여전히 DTI를 따지고 있으므로 대출 가능 금액은 종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처분기한부 대출 기간은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되고 동일차주당 대출건수(1건) 규제를 받지 않는다. 주택거래신고지역은 투기지역에서 풀리면 자동 해제된다. 또 강남 3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면 이 지역의 민간택지에 짓는 85㎡ 초과 주택의 전매제한기간이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토지투기지역은 전 지역에서 이미 해제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여러 차례 풀렸으나 아직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수도권에서는 주로 개발제한구역, 녹지·용도미지정 지역, 신도시건설지역, 균형발전촉진지구, 재정비촉진지구, 준공업지역, 뉴타운 건설 지역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취득·보유·양도 단계서 세금 줄어
주택을 취득할 때 내는 세금은 취득세와 등록세, 그리고 두 세금에 붙는 농어촌특별세와 지방교육세다. 주택을 구입할 때 내는 네 가지 세금은 85㎡ 이하 주택이 실거래가의 2.2%, 85㎡ 초과 주택이 2.7%다. 이명박 정부는 미분양이 늘어나자 지난해 6월 11일 지방을 시작으로 취득단계 세금을 깎아주고 있다. 미분양주택의 취득단계 세금은 85㎡ 이하가 실거래가의 1.1%, 85㎡ 초과가 1.15% 수준이다. 전국 어느 곳이든 내년 6월 30일까지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라면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취득·등록세는 지방세에 속하므로 정확한 세율을 알려면 해당 지자체의 조례를 확인해야 한다.

보유단계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도 크게 바뀌었다. 재산세는 과표 적용률이 50%에서 60±20%로, 세율이 0.15~0.5%(3단계)에서 0.1~0.4%(4단계)로 조정됐다. 종부세는 세대별 합산이 위헌 결정으로 개인별 합산으로 바뀌었고, 과세기준금액이 1주택자에 한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아졌다. 세율은 1~3%(4단계)에서 0.5~2%(5단계)로 낮아졌다. 종전에 없었던 세액 공제가 도입돼 1주택 단독명의 고령자(60세 이상)는 10~30%, 5년 이상 보유자는 20%, 10년 이상 보유자는 40%를 각각 감면받는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주택의 경우 재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표적용률, 60% 가정)과 세율(0.4%)을 곱한 뒤 누진공제 63만원을 뺀 177만원이 된다. 이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은 기준가 6억원과 1주택 기초공제 3억원 등 9억원을 빼고 남은 1억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곱한 8000만원이다. 여기에 세율(과세표준 6억원 이하이면 0.5%)을 곱해 나온 세액은 40만원이다. 여기서 재산세중복과세분(19만2000원)을 빼면 산출세액은 20만8000원이다. 세금 자체를 깎아주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면 종부세는 더 줄어든다. 1주택 단독명의 10년 이상 보유(40% 세액공제), 70세 이상(30% 세액공제)에 모두 해당되면 세액공제율은 70%에 달해 실제 납부할 세금은 6만2400원이다. 또 세대별 과세에서 인별 과세로 바뀜에 따라 12억원 이하 주택은 부부 공동명의로 등기하면 종부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20억원짜리 주택이라면 종부세는 종전 1755만원에서 1주택 단독명의인 경우 540만원, 공동명의인 경우 320만원까지 줄었다.

경기·인천 비과밀지역 새집은 양도세 면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폐지됐다. 올해 말까지는 양도차익의 6~35%, 내년부터는 6~33%가 부과된다. 서울·분당·평촌에 총 3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분당 집을 팔아 5000만원의 양도차익이 생길 경우 노무현 정부 때라면 3000만원(60%)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반면 이 집을 올 연말까지 팔아 똑같이 5000만원의 양도차익이 난다면 647만원, 또 내년 이후에 팔면 이보다 적은 612만원만 양도세로 내면 된다. 다만 양도세 중과가 폐지됐다 해도 2년 미만인 단기양도나 미등기 양도는 세금이 중과(1년 미만 보유 시 50%, 1~2년 미만 보유 시 40%, 미등기 양도 시 70% 세율 적용)된다. 김종필 세무사는 “보유기간이 2년 이내이면 양도세 중과 폐지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부동산을 무조건 팔 것이 아니라 절세 효과와 가격 상승 잠재력을 살펴 매도 여부와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1주택(고가) 보유자의 비과세 범위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됐다. 또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이 올라 고가주택을 팔 경우의 양도세 부담이 크게 줄었다. 경기·인천 지역 과밀억제권역의 전용면적 149㎡ 이하 신규 분양 또는 기존 미분양 주택으로 내년 2월 11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계약일로부터 5년간 양도세가 60% 감면된다. 같은 기간 경기·인천의 비과밀억제권역 신규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가 100% 면제된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양도세가 면제되고 분양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남양주나 인천 청라지구의 신규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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