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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무지개 프로젝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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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여섯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용산 참사를 겪은 후 재개발 사업의 추진 방식이 논란거리다. 사실 재개발 방식이 세입자 등 경제적 약자의 ‘지속 가능한’ 생활을 위태롭게 할 것임은 자주 지적돼 왔다. 삶을 의존해온 장소와 사회적 관계로부터 뿌리가 뽑히면 누구나 생활의 위기를 겪지만, 그 충격이 경제적 약자에게 크게 다가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사 이후 여러 가지 대안적인 개발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순환개발, 현지 지역 재생, 사회통합적 개발, 광역개발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 안팎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사업이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무지개 프로젝트다. 이는 한마디로 말하면 저소득층 밀집지역 재생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6년부터 대전의 대표적인 달동네에서 시작돼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무지개 프로젝트는 화려하지 않고 규모가 크지도 않다. 용산에서처럼 지하 7층, 지상 40층의 매머드 빌딩은 고사하고 새로운 아파트 단지 조성조차 없는 사업이다. 임대주택의 건설도 3단계 사업에서 새로 추가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는 까닭은 이 사업이 지역 재생 사업과 복지 프로그램을 결합시켜 생활개선을 추진함으로써 거주자의 생활환경은 물론 살림살이까지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으로 주택의 외관도 달라졌지만, 주택 내부의 싱크대· 벽지· 장판 등이 새것으로 교체됐다. 큰 공원을 만들지는 않았어도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를 마련했다. 마을공동체 복원이 사업의 목표로 제시됐다.

지역개발과 관련해 무지개 프로젝트가 시사해 주는 바는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개발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공부문이 이 사업을 주도했기 때문에 개발이익의 창출이 아니라 현지 거주자에게 돌아가는 편익 창출을 시도할 수 있었다. 또 단순한 주거환경 개선을 뛰어넘어 종합적인 지역사회 개발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었다. 사회발전을 위해 민간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공공성이 중요한 도시개발을 민간에 맡기는 것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 지금도 전국 각 도시에서 수많은 민간 주도의 재개발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이 죽은 뒤에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참사를 겪고도 대안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 지금이라도 대증요법의 수준을 넘어서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본 난은 16개 시·도 50명의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한 중앙일보의 ‘전국열린광장’ 제7기 지역위원들의 기고로 만듭니다. 이 글에 대해서는 ‘전국열린광장’ 인터넷 카페(http://cafe.joins.com/openzone)에 의견을 올릴 수 있습니다.

박재묵 충남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