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달콤씁쓸 코리아, 터키 사진작가에 찍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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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스탄불에서 온 장미 도둑
아리프 아쉬츠 글·사진, 이혜승 옮김
256쪽, 1만4800원
 

10년간 흑백 사진만 찍던 58년 개띠 터키 출신 사진작가 아리프 아쉬츠(사진). 2007년 서울 땅을 밟은 그는 ‘컬러 쇼크’를 받곤 체류 며칠만에 컬러 필름을 카메라에 넣었다. 바로 형형색색 차려입은 ‘아줌마’들 때문이었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상상력을 방불케 하는 저 패턴들!” 그들을 카메라에 담기로 했다. 그렇게 7개월간 머무르며 한국 전문가가 되어갔다. 한국 친구들과 밤늦도록 먹고 마시고 떠들다 백세주· 복분자주 맛을 알았다. ‘먹고 죽자’는 건배란 뜻이고 ‘언니야~’는 “술집에서 주문할 때 하는 말”이란 나름의 한국어 어휘사전도 갖췄다. 김치를 손수 담가 먹을 정도로 한국에 푹 빠졌지만 끝내 이해되지 않는 모습도 있었단다. 땡 처리 속옷가게와 닭집, PC방 등 “영혼과는 무관한 가게들로 가득 찬 건물”에 들어선 교회, 빨갛게 불 켜진 십자가가 다닥다닥 붙은 밤 풍경은 “기독교 무덤”같단다. 대통령이 나라를 ‘주식회사’라 명명하고 자신을 ‘CEO’라 칭하며 다른 나라를 교역의 상대로만 보는 태도도 지적한다. 그는 “사극의 세트장을 제외하면 100년 전 서울의 거리는 남아 있지 않다”며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해 “도시의 기억상실증으로도 모자라서 자연의 기억상실증을 만들고자 하느냐”고 반문한다. 예리하면서도 애정이 담긴 비판이다.

이스탄불로 돌아간 작가에게 e-메일로 물었다. 김치는 안 떨어졌느냐고. “아직 배추철이 아니에요. 다음 달은 돼야 김치를 담글 수 있겠네요.” 그는 6월쯤 다시 서울에 온다. “이스탄불의 큰 화랑에서 내년 2월 ‘이스탄불-서울: 두 도시 이야기’전을 엽니다. 그 사진들을 서울에서 먼저 선보이고 싶어요.”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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