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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사의 여인들]8.에이미 비치…미국여성 최초 교향곡 작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피아니스트겸 작곡가로 활동했던 에이미 비치 (1867~1944) 는 미국 음악사에서 독보적인 여성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교향곡을 작곡한 최초의 미국여성이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여성작곡가들은 피아노 독주곡.실내악등 작은 편성의 소품만으로 만족하는 분위기였으나 에미 비치는 대담하게 교향곡.미사.협주곡 등 대작을 발표해 성공을 거두었다.

그녀가 남긴 1백50곡 중 3곡을 제외하고 모두 생전에 출판됐다.

미국 동부 뉴햄프셔주에서 제지업을 하던 아버지와 피아니스트겸 성악가였던 어머니 사이에 무남독녀로 태어난 그녀는 1세에 이미 40곡의 노래를 부를 줄 알았고 2세때는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에 즉흥적으로 알토화음을 붙일줄 알았다.

또 4세때는 왈츠곡까지 작곡했다.

18세에 보스턴심포니와 모셀레스의 '피아노협주곡 g단조' 를 협연, 피아니스트로 데뷔했다.

그해 스물네살 연상인 헨리 비치 하버드대교수와 결혼한 후에는 아내가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렸던 남편의 권유를 받아들여 작곡에만 전념했다.

비치가 체계적으로 음악이론을 배운 것은 16세때 1년간 화성법을 배운 것이 전부였다.

바흐의 '평균율' 을 외워서 악보로 적은 다음 바흐의 원본과 대조해보고 다른 공연때 들었던 음악의 테마를 기초로 관현악곡을 재구성하는 식으로 작곡법을 익혔다.

그녀는 짧은 시간 내에 대규모 작품을 완성할줄아는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였다.

25세때 보스턴에서 '미사 장조' 가 초연되자 청중들은 그녀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공연에서 그녀는 베토벤의 '합창환상곡' 의 피아노 독주자로도 출연했다.

그해 겨울 월터 담로시가 지휘하는 뉴욕심포니가 쉴러의 시 '빨리 지나가는 구름' 에 의한 알토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을 초연했다.

이곡은 뉴욕심포니가 연주한 첫 여성 작품이었다.

1910년 43세때 남편과 사별한 후 유럽으로 건너가 피아니스트 활동을 다시 시작한 그녀는 1차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으로 돌아와 65세의 나이에 유일한 오페라 작품 '카빌도' 를 완성했다.

에이미 비치는 1925년 미국여성작곡가회 초대회장으로 선출됐지만 페미니스트는 아니었다.

1898년 '음악에서의 여성' 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작곡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이를 거절했다.

1915년 그녀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활동의 제약을 받은 일은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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