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신성용교수 결혼준비 특강 12년…"결혼생활 생명은 로맨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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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성공적인 결혼생활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면서 덤 (?) 으로 학점까지 주는 교수가 있다.

게다가 정작 강의를 맡은 자신은 결혼경험없이 일생 수도생활에만 정진해온 신부라면 자연 궁금증이 발동하게 마련이다.

서강대 철학과에 30여년째 몸담아온 미국인 신성용 (58.본명 크리스토퍼 스팔라틴) 교수가 바로 화제의 인물. 지난 85년 '결혼준비특강' 을 개설한 이래 지금껏 매년 가을이면 캠퍼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그는 올가을 학기 역시 수강신청 개시 10분만에 '정원마감' 팻말을 들어야만 했다.

"친하게 지내던 제자들이 4학년이 되며 이성교제.결혼문제에 대한 고민을 제게 많이들 털어놓았어요. 개설 당시만 해도 한국사회 전반이 보수적인 시절이라 부모들이 졸업하자마자 결혼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마음의 준비는 안돼있고 결혼은 해야하고…. 갈팡질팡하는 학생들을 돕자는 뜻에서 강의를 마련했던 겁니다. "

초창기 '성.결혼.가정' 이란 제목으로 개설됐던 강의는 학생들이 제목에 지레 겁 (?) 먹어 문전성시를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다 실제 부부들이 보조교사로 참여해 진솔한 경험담을 들려주며 분위기를 잡아가자 학생들도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 열기를 띄게 됐다.

여기에 매 시간마다 주제를 정하고 소그룹 토론을 벌이는 방식도 한 몫을 더했다.

이후 너무 학생이 몰려 이제는 학기당 학생을 1백50명까지 제한하고 있을정도. "결혼생활의 필수요소는 로맨스입니다.

로맨스는 젊었을땐 저절로 찾아오지만 나이든 후에는 부단한 노력으로 기회를 만들어야만 찾아드는 귀한 손님이지요. " 그는 그래서 이번 학기의 첫강의 주제도 로맨스로 정했다고 귀띰한다.

결혼한지 17.30년된 두 부부가 보조교사로 참여해 로맨스 경험을 털어놓자 학생들도 스스럼없이 고민과 열정이 섞인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놓더라는 것. 서로 경험담을 나누면서 '로맨스' 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부부간에 로맨스를 되살리는 방법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며 그는 흡족해 한다.

"한국 부부들은 사랑이 식지 않았으면서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더욱 나쁜 것은 이 상처를 네가 알아서 풀어라 하는 식으로 내버려두었다가 서로 마음의 벽을 쌓고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 신교수는 사람의 행동이나 말에 의한 상처는 오직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만 치유될수 있음을 강조한다.

중도에 포기하지않는 인내가 상처를 빠르게 아물게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한편 신교수는 보조교사들의 입과 경험을 빌려 사랑이 담긴 성관계와 욕구충족.의무감등에서 이루어지는 성관계의 차이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한다.

결혼생활중 성관계에서 가져야 할 매너에 대해서도 가르쳐주는 그에게 가끔 강의실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짖궂은 질문을 던져오기도 한다고. 봉사하는 생활이 좋아 미국 세인트 루이스대학서 신학을 공부한 뒤 신부가 된 그는 정작 결혼에 대한 유혹은 느껴보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신앙을 통해 이웃과 나누는 더 큰 사랑에 푹빠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롭고 힘들때가 있어요. 분명 가족의 필요성을 느낄때가 있습니다.

" 그럴 때일수록 그는 더욱 이웃의 외로움에 눈을 돌린다고 했다.

"최근 한국에도 이혼율이 높아지는등 결혼의 부정적인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돼 독신을 주장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러나 제 강의를 듣고 난 후 결혼이 일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불편한 것이 아니고 해볼만 한 것이라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는 학생들을 보면 뿌듯해집니다.

" 함께 강의를 들은 캠퍼스 커플들이 주례를 요청해 올때, 결혼해 잘 살고 있는 졸업생을 길가다 우연히 마주칠 때도 잔잔한 보람이 밀려든다고. "돈 문제, 아이들 문제 말고 부부의 사랑에 대해 진정으로 대화를 나눌 줄 아는 부부가 돼야합니다.

" 결혼철인 가을, 그가 수많은 예비부부들에게 들려주는 조언이다.

현재 신교수는 가을이 무르익는 서울 북한산 자락의 한 주택에서 한국인 신부등과 함께 살고 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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