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일본경제]한국경제에 미치는 파장…첨단제품 대일수출전략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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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올들어 7월말까지 한국의 대일수출은 87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특히 4월이후 더욱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는 "엔화약세에 따른 환율효과도 있었지만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소비위축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고 분석했다.

올해부터 첨단제품으로 일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원칙을 세운 삼성전자와 LG전자·대우전자등은 전자제품의 중심지인 도쿄 아키하바라 (秋葉原) 의 요지에 노트북과 와이드TV를 선보였다.

교두보 확보를 위해 동급 일본제품에 비해 가격을 30~40%정도 싸게 내놓았지만 때마침 불어닥친 소비불황으로 매출액은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삼성전자측은 "단순 제품은 이미 중국과 동남아 제품에 잠식당해 설 자리가 없다" 며 "국내시장 불황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첨단 내구소비재 분야로 대일 수출을 본격적으로 전환해 나가려는 시기에 일본시장의 소비위축이 겹쳐 큰 차질을 빚었다" 고 말했다.

금융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저금리에다 자금이 남아도는 도쿄금융시장이지만 한국계 은행들은 여전히 돈빌리기가 쉽지않다.

일본의 권위있는 신용평가기관인 공사채연구소가 기업의 무더기 부도에 따라 한국의 산업은행·수출입은행등 10개의 한국계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해 신용등급을 한단계씩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코리안 프리미엄' 는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오히려 농림중앙금고등 단기금융시장의 큰 손들은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한도를 줄여버렸다.

이에 대해 유원정 (柳元楨) 한은 도쿄사무소장은 "일본금융기관들이 내년 4월부터 도입되는 조기시정조치를 크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대장성이 불량대출 비율이 높은 금융기관을 강제 파산시키는 '조기시정조치' 때문에 일본금융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한국금융기관들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일본에서 한국계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활동은 위축될 전망이다.

무역협회측은 "한국의 불황 때문에 대일 수입도 7.5%가 줄어들어 그나마 대일 무역적자가 하향축소되는 것에 만족해야할 상황" 이라고 말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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