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금융시장 안정대책 발표 배경…불안한 투자자들에 '진정제 주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와 신한국당의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된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증시에 팽배해있는 불안심리 진정을 겨냥한 것이다.

상황이 다급한 만큼 그동안 관련업계에서 요구해온 내용들을 대폭 수용했다.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나 근로자주식저축 연장 허용등은 모두 증권업계가 재정경제원에 요구해온 '단골 메뉴' 들이다.

13일 발표된 외국인 지분한도 확대에 이은 이번 조치로 증권업계가 요구해온 사항은 거의 다 들어줬다는 것이 재경원의 설명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당장 약발이 먹히도록 '진통제' 를 놓을 수는 없으나 정부로선 증시여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다 할것이란 의지를 표명한 것" 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특히 수요기반 자체를 확대하기보다 주식 장기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제실에선 세수확보나 종합과세 정착등을 이유로 들며 끝까지 버텼으나 대선을 의식, 증시부양책을 원하는 신한국당의 강력한 압력에 밀리고 말았다.

다만 배당소득을 비과세하지 않고 분리과세에서 그친 것 정도가 세수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한 세제실의 주장이 간신히 먹혀든 부분. 그러나 배당소득의 세제혜택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국내투자자들은 배당보다 시세차익을 겨냥해 투자하고 있기 때문. 재경원 실무자들은 벤처펀드 투자자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게 되면 시중 여유자금이 어느 정도는 투신사쪽으로 몰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말이 벤처펀드지 일정비율만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일반기업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만큼 일반 주식에 대한 수요기반을 확충하는 효과도 있다는 예상이다.

근로자주식저축 시한을 연장한 것도 은행권 비과세 저축상품과의 형평성등을 따져 쉽지 않았던 결정. 증권당국은 증시가 한시적으로 요동치고는 있으나 주가가 바닥권인 것을 감안할때 시한을 늘려주면 근로자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거래세 인하문제도 업계의 강력한 건의에 따라 끝까지 검토됐으나 0.15%에 불과한 거래세 인하는 증시 부양의 별 실익이 없다는 의견에 따라 제외됐다.

재경원이 은행.증권.투신등 기관투자가에게 매수우위를 권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시장참여자의 자율을 해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관투자가가 앞서서 시장기반을 무너뜨리는 일을 막기 위한 뜻이라고 재경원은 밝히고 있다. 실제 이들 기관투자가들은 17, 18일 매수우위 결의를 해놓고도 돌아서서 곧장 주식을 내다 파는 두얼굴을 보였다.

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