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랩턴 기타음엔 인간적 고뇌가"…기타리스트 김목경이 본 에릭 클랩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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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국내 블루스 기타리스트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김목경씨. 영국에서 정통 블루스를 익힌 그는 백인, 특히 클랩턴의 연주에 깊은 인상을 받아 '미스터 클랩턴' 이란 곡을 쓸만큼 클랩턴 마니아다.

그가 지난9.10일 열린 클랩턴의 첫 내한공연을 감상하고 소감을 보내왔다.

세계 어느곳, 어느 무대에서건 항상 진지하고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서울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그동안 클랩턴 (사진) 의 공연을 영국에서 몇번 본 필자는 그와 밴드가 서울공연에서 보여준 자세가 영국공연때의 그것과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첫날 공연은 초반부 조금 정리되지 않은 음향탓인지 청중들이 조용히 공연을 즐긴 반면 둘째날은 정리된 음향과 여기 어우러진 청중의 열화같은 호응이 공연을 한층 뜨겁게 달구었다.

어쿠스틱으로 시작된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체인지 더월드' '티어즈 인 헤븐' '원더풀 투나잇' 등 잘 알려진 히트곡을 연주, 청중을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그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블루스는 '토어 다운' '해브 유 에버 러브드 어 우먼' 등이 나온 중반부부터 터졌다.

그는 그만이 가지고있는 인간적 고뇌와 감정을 유감없이 기타에 실어 연주했다.

특히 두번째날만 연주된 그룹 '크림' 시절의 대표곡 '선샤인 오브 유어 러브' 는 공연의 절정감을 느끼게했다.

드럼의 스티브 가드와 피아노의 조 샘플등 재즈뮤지션들의 안정된 배경연주는 그 위에 어우러지는 클랩턴의 기타를 탄탄히 받쳐주었다.

그들의 연주는 이날 낯선 한국땅에 선 클랩턴이 편안하게 기타를 풀어내는 기본 골격이 되주었다.

밴드성격이 강조된 이번 공연은 그가 단지 한명의 유명가수라기보다 아티스트 (예술가) 란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자리였다.

아쉬운 것은 체육관인 공연장의 울림때문에 클랩턴 기타만의 세밀하고 섬세한 맛을 즐길 수 없었고 한국청중을 너무 의식한 탓인지 그가 항상 연주하던 끈적이는 블루스 명곡들이 많이 줄어든 점이다.

김목경<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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