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사의 여인들]7.폴리냑 공작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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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19세기 프랑스 음악계에는 여성적 취향이 팽배했다.

포레.생상.라벨.사티.드뷔시 등 당시 대표적인 작곡가들의 작품에도 멜랑콜릭하면서도 우아한 여성적 분위기가 배어 있다.

이들 작품이 초연된 무대가 주로 여성이 주도하던 살롱이었기 때문이다.

폴리냑 공작부인 (1865~1943) 은 많은 음악가들에게 작품을 위촉하고 초연무대를 제공하는 등의 후원으로 19세기말 프랑스 음악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본명은 위나레타 싱어. 미국인 발명가인 아이작 싱어의 딸로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재혼하자 부친의 엄청난 특허배당금을 유산으로 물려받아 1892년 파리에 큰 저택을 짓고 살롱도 꾸몄다.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첼로를 여덟대나 갖추어 놓고 매주 신작 현악4중주를 초연하도록 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자인 파리음악원 작곡과 출신의 에드몽 드 폴리냑과 중매결혼함으로써 그녀는 공작부인이라는 호칭을 얻게 되었다. 포레.샤브리에.라벨.알베니스.스트라빈스키.파야.풀랑.나디아 불랑제 등 많은 작곡가들이 그녀로부터 물심양면의 도움을 받았다.

포레는 그녀에게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를 헌정했고 풀랑은 이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폴리냑 부인은 20세기초 프랑스작곡계를 이끌었던 작곡그룹 '프랑스 6인조' 의 결성에도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작곡의 명강의자로 이름을 날린 나디아 불랑제도 폴리냑 부인의 후원으로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 (합창곡) 과 오페라의 복원에 힘을 쏟았다.

1933년 파리의 살르 플레옐에서는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의 기획으로 폴리냑 부인에게 헌정된 작품만으로 꾸며진 콘서트가 열렸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 풀랑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 포레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 등이 연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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