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것은 팬들이 조씨의 만화에는 물론 그의 인물 자체에도 열광한다는 점이다. 인터넷에선 그의 팬들을 ‘조석교 신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직 그의 작품에서 캐릭터 상품이 나온 것이 없는데도 팬들은 만화 속 캐릭터를 티셔츠·컵·화병 등에 붙여 ‘조석 컬렉션’이라 부르며 애지중지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그의 얼굴 모양으로 만든 케이크 사진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충북여중생들이 그의 만화 캐릭터로 학교 화장실을 꾸미고 온라인에 올려 네티즌 사이에 상당한 화제가 됐다. 조석과 동료 만화가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 인사를 하기도 했다. 소녀 팬들은 아이돌 그룹 ‘빅뱅’이라도 나타난 양 조씨를 열렬히 환영했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궁금해 그를 직접 만나봤다.
“제가 보여드리는 것에 비해 훨씬 많이 좋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친한 작가들은 ‘조상님들이 잘 보살펴 주는 덕분’이라고 말한다니까요.”
현재 최고 주가를 올리는 만화가의 한 명이라는 그의 입에선 의외로 겸손한 말이 나왔다. 그의 만화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조석’이란 캐릭터가 있는데, 각진 다각형 얼굴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러나 실제의 그는 180cm의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이다.
“거울 속 제 얼굴을 보고 그린 거에요. 물론 만화적 문법으로 과장하긴 했지만, 자세히 보면 닮았을 걸요.”
그는 “못생긴 만화 캐릭터 덕분에 실제로 만난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잘생겼다’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나를 캐릭터로 쓴 게 잘한 일 같다”고 말했다.
‘차가 없는 조석. 곧 면허를 따고 차도 장만할 계획인데, 초보 운전자에겐 새 차가 위험하니 일단 새 차를 구입해 아버지께 드리고, 자신은 아버지의 헌 차를 타겠다고 착한 얼굴로 말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버지의 차는 그가 사려는 차와 비교도 되지 않는 고급 승용차다.(‘난 괜찮아요’ 중에서)’
몇몇 네티즌이 만화 밑에 ‘조석 병맛 같다’는 댓글을 달았다. 한창 인터넷에 심취한 그의 어머니가 ‘병맛’의 뜻을 묻자 민망한 조석은 “호 같은 것”이라고 둘러댄다. 그러자 어머니는 남들에게 아들의 호를 자랑하고 다닌다.(‘26년 전통 원조 병맛’ 중에서. 참고로 ‘병맛’은 ‘내용이 이상하고 말이 안 되는 만화’를 일컫는 신세대 용어)
“연재 초기엔 아이디어 내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치약처럼 짜면 바로 나오는 수준이었죠. 그런데 20회도 못 가 치약이 다 떨어졌어요. 요즘엔 책·TV·영화·미술 전시회 닥치지 않고 보고 있어요.”
한 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잊지 않으려고 자신에게 문자를 보내둔다. 군에서 제대한 뒤 1년간 오락실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군복무중 일화도 만화에서 자주 다룬다.
만화에 대한 그의 철학은 확고했다. “오래전부터 영혼을 바쳐서라도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어요. 만화 내용은 가벼울지 몰라도 이를 그리는 저의 자세는 아주 진지합니다.”
300회 가까이 연재하면서 마감을 못 지킨 적이 한 번도 없다. 2002년 입학한 전주대 영상만화학과도 2007년부터 휴학한 상태다. ‘마음의 소리’에 충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가 ‘운 좋게 뜬 풋내기’가 아닌 이유다. 팬들이 왜 그에게 푹 빠지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글=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