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이모저모 …재경위,김대중 비자금 청문회 방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사정기관 또는 은행 내부 관계자의 협조로 강삼재사무총장이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 10일 오전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이수휴 (李秀烋) 은행감독원장이 업무보고를 하던 도중 국민회의 이상수 (李相洙.중랑갑) 의원은 "긴급 질의" 라며 이렇게 끼어들었다.

李의원의 질의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김대중총재의 비자금 의혹 공방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공방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가 은감원장등을 상대로 번갈아 추궁하는 삼각대결의 형태로 이어졌다.

작심한 듯한 국민회의 의원들은 이번 비자금설에 거명된 시중은행장들을 하나씩 불러내 일문일답식 질의를 퍼부었다.

'즉석 청문회' 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의원들간의 질의는 성격과 방향이 달랐다.

우선 국민회의 의원들은 '姜총장이 폭로한 자료는 은행감독원등 금융권의 협조 없이는 입수할 수 없다' 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은행감독원이 자료 유출 경로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나설 것을 집요하게 촉구했다.

姜총장의 폭로 자체가 금융실명거래법 위반이란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자연 질의의 초점은 금융거래 자료의 불법 유출에 집중됐다.

국민회의 장성원 (張誠源.김제) 의원은 "어떻게 은행 내부 자료가 신한국당 姜총장에게 유출됐느냐" 고 따졌다.

정세균 (丁世均.무주 - 진안 - 장수) 의원등은 "은감원과 시중은행은 즉각 자료 유출 경로의 조사에 나서라" 고 촉구했다.

반면 신한국당 의원들은 폭로내용의 사실관계 입증에 주력했다.

김재천 (金在千.진주갑) 의원은 "姜총장은 구체적인 계좌번호까지 제시했다" 며 "은감원은 해당 계좌 유무를 확인하는 특별검사에 착수하라" 고 요구했다.

국민회의가 '불법 유출' 을 조사하라는 요구에 치중했다면 신한국당은 '사실관계 확인' 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다.

의원들의 질문이 빗발치자 은행장들은 "해당자료가 있는지 없는지를 말하는 것조차 실명제법 위반" 이라며 발뺌했다.

점심시간을 위한 정회도중 신한국당이 金총재에게 돈을 줬다는 기업명단을 추가 폭로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감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아예 망치자는 거냐" 는 탄식도 흘러나왔다.

국민회의 의원들은 개탄과 분노를 동시에 표출하며 전의를 재삼 다졌다.

오후의 국감장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여야 의원들이 비자금설과 관련한 조사를 한목소리로 촉구하자 은감원장과 시중은행장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수휴 은감원장은 "정당활동을 통해 나오는 이런 내용들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 토로했다.

대선을 앞두고 사활을 건 여야의 정치공방 틈에 끼여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금융권의 현 주소를 여실히 증명해주는 답변이었다.

자정 가까이 계속된 국감에서는 새로운 논점이 전개됐다.

국민회의 정세균의원이 은감원장에게 "은감원 검사6국의 최근 출장명령서 사본을 제출하라" 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날 감사의 하이라이트였다.

국민회의는 나름대로 은감원 검사6국이 이번 비자금설 폭로에서 자료 입수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터였다.

지난 95년 전직 대통령 비자금 파문때 검사6국이 활동했다는 소문도 근거가 됐다.

그러나 은감원장의 답변은 완강했다. 그는 "공개하지 않는게 관례" 라며 끝내 확답을 피했다.

이 와중에 전날까지 중립을 견지했던 자민련측이 국민회의를 측면 지원해 눈길을 끌었다.

어준선 (漁浚善.보은 - 옥천 - 영동) 의원은 "금융자료가 유출된 것은 명백한 문제" 라며 姜총장의 자료 입수 경위에 의혹을 제기했다.

박승희·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