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다리오 포 작품세계]현실정치 해학으로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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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대 이탈리아의 대표적 실험주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다리오 포는 1926년 이탈리아 산디아노에서 출생했다.

밀라노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무대디자이너로 일하며 얻은 경험을 살려 코믹한 모노극을 취미 삼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극배우 프란카 라메와 결혼함으로써 59년부터 극단을 창단해 본격 희곡작가로 출발했다.

64년 풍자적이고 빈정대는 듯하면서도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드러낸 희곡 '대천사들은 당구를 치지 않는다' 로 일약 국내에서 명성을 얻었다.

이 극은 그때까지의 희곡의 전통적 관례를 깨뜨리고 정치극이라는 독창적 형식을 추구하며 공장.협동조합.야외 공연을 시도함으로써 이탈리아 연극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독창적 시도는 계속돼 이후 다른 작품들인 '쓰레기 같은 여자' '익살맞은 비밀' (69년) 을 통해 정치와 관료주의를 풍자하며 사회의 부패에 염증을 느낀 민중들의 심금을 파고들어갔다.

이미 60년대말 그는 단테.보카치오에 버금가는 극작가가 돼 있었다.

포가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한 계기가 된 작품은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 (70년) .경찰의 감시를 피해 탈옥한 한 죄수의 이야기를 통쾌하게 그린 이 작품은 다름 아닌 이탈리아사회에 대한 정치풍자였다.

74년 정부의 세금정책에 항의하는 '값을 치를 수도,치를 의사도 없다' 는 사회주의적 성향이 짙은 것으로 평가됐다.

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언어. 그의 문체는 웃음과 심각함을 혼합해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권력의 남용과 비리, 불의에 대한 각성을 일깨워 주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

또한 생동감 넘치는 대화로 재미가 있으며 텍스트의 높은 참여정신은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사회학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

90년대 들어 아내와 함께 페미니스트극에 전념해 온 그는 지난 8월 풍자극 '악마와 얼간이' 에서는 르네상스시대로 복귀해 질투심 많은 판사와 신들린 여자의 행태를 코믹하게 그려 냈다.

비록 르네상스를 배경으로 하지만 오늘날의 사회를 빗댄 작품임은 물론이다.

배우들의 즉석연기와 익살, 뒤죽박죽인 카오스적 분위기는 관람하는 청중에게도 이해에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현대극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최성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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