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경상수지 흑자 늘리고 해외 투자자와 소통에 더욱 힘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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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전 세계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신용의 위기’에 빠져들었다. 최고 신용등급(AAA)을 받았던 미국의 초대형 금융회사가 흔들리는 판에 누굴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외채가 많고 대외 의존도가 큰 한국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해외 투자자와 언론·경제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와 대책을 갖춰야 한다는 게 외국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홍콩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동북아비즈니스팀장인 새미 킴은 “외신에 나쁜 보도가 나간 뒤에 설명회를 하면 뭔가 부정적인 것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처럼 오해를 하게 된다”며 “이런 일이 있기 전에 외신 기자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충분히 한국 경제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은 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국내 은행들이 내년 말까지 42조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내놓자 은행연합회는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씨티은행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반론을 펼 수는 있겠지만 소송을 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상대방을 더 자극할 수 있다”며 “40조원의 구조조정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처럼 한국 정부가 충분한 대비책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의외로 한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이달 초 홍콩과 싱가포르의 투자자와 접촉했던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 투자자들이 몇몇 대형 금융사가 내는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며 “정부뿐 아니라 국내 금융사나 기업들도 해외 투자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적과 지표도 뒷받침돼야 한다. 홍보에 그치지 않고 수출을 늘려 국제 수지를 개선하고, 경기 부양을 통해 한국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홍콩의 투자회사인 에미넌트 인베스트먼트의 투자고문인 찰리 리는 “한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가진 만큼 수출을 늘려 경상수지 흑자를 쌓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며 “무역 규모가 큰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새미 킴(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외환보유액이 4000억~5000억 달러는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경제를 잘 아는 학자인 크리스티앙 드보시외 프랑스 총리 직속 경제분석위원장은 “한국의 경제 체력이 좋은 지표로 나타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희성·김준현·김원배·김영훈·조민근·한애란 기자, 최형규(홍콩)·김동호(도쿄)·전진배(파리) 특파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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