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리더⑮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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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호 35면

혜총 스님은 1990년 대한불교신문을 창간해 신문을 통한 문서포교에도 앞장서 왔다. 스님은 말한다. “신문 한 장 한 장이 바로 포교사입니다.” 신동연 기자

인도를 최초로 통일한 아소카왕(기원전 304~232)은 불교 포교사를 로마·이집트까지 보냈다. 일부 학자가 불교가 그리스도교에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우리나라가 일본 문화에 영향을 준 것도 불교 포교를 매개로 했다.

저마다 있는 자리에서 빛을 내면, 그게 곧 포교

이처럼 불교는 스스로 찾아가 믿는 종교이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포교를 통해 믿게 되는 종교다. 그러나 우리 현대사에서 불교 포교는 많은 제약을 받았다. 1895년까지 승려들은 서울 도성에 출입조차 하지 못했다. 일제는 우리 불교를 억압했으며 일본 불교를 장려했다. 해방 뒤에는 수차례 법난과 내부 분열이 본격적인 포교에 제동을 걸었다.

최근 조계종이 포교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중심에 포교원장 혜총(65·사진) 스님이 있다. 5대 원장인 혜총 스님은 9일 시대에 맞는 포교를 위해 포교위원회·신도종책위원회·포교연구위원회를 발족했다. 14일과 15일에는 역대 포교원장 스님들과 함께 포교 노하우를 취합하기 위한 간담회를 갖는다.

무엇보다 스님은 포교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대학·육군훈련소·국회·태릉선수촌 등으로 스님이 바쁜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가 있다. 보다 많은 이에게 보다 빨리 포교하기 위해 “한 길을 두 사람이 함께 가지 말라”고 말한 부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불교 포교에서 혜총 스님의 트레이드마크는 어린이 대상 포교, 구제사업과 포교를 결합한 ‘복지 포교’다. 스님이 어린이 포교를 중시하는 이유는 “어린이는 미래의 부처님이요, 불교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미래의 부처, 불교의 희망
경남 충무에서 태어난 혜총 스님은 11세에 출가했다. 스님은 해인사 승가대학, 범어사 승가대학, 동국대 불교학과,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불법을 공부했다. 스님의 수상 경력으로는 1988년 국민훈장 동백장, 2003년 국무총리 표창 등이 있다. 저서로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새벽처럼 깨어 있으라』 등이 있다.

스님은 가혹하리만치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혜총 스님과 11일 만나 인터뷰한 것은 스님의 지혜가 우리 마음에 던질 잔잔한 파문을 기대해서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스님이 생각하시는 포교는 어떤 포교입니까.
“포교가 곧 수행이며, 수행이 곧 포교입니다. 불자가 수행하는 모습은 일반인에게 빛이 될 수 있습니다. 불교의 포교 목표는 불교 신자를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게 부처의 가르침입니다. 포교도 욕심으로 하면 안 됩니다. 이토록 좋은 불법을 공유하려고 하는 게 불교 포교입니다.”

-국내외적 포교 환경은 어떻습니까.
“아주 좋습니다. 세계는 계몽된 다문화적 조류가 대세입니다. 인간과 자연, 모든 개체가 궁극적으로는 하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미국이 힘드니 전 세계가 힘들어하지 않습니까. 남편의 행복이 아내의 행복이요, 친구의 불행이 내 불행입니다. 머리가 깰수록 불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집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일수록 불교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불교는 ‘왜’냐고 묻는 종교
-불교는 믿음의 종교입니까.
“불교는 끊임없는 의심의 덩어리이기도 합니다. 항상 ‘왜’라고 묻습니다. 불교는 남들이 믿는 다고 해서 무조건 믿지 말고 이성적으로 따져 보고 믿으라고 가르칩니다.”

-구원은 불교 밖에도 있습니까.
“구원은 불교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고 사회에도 구원이 있습니다. 학교나 일터에도 구원이 있습니다. 종교와 관계없이 좋은 일을 하면 극락에 갈 수 있습니다.”

-부처님 나라와 하느님 나라도 차이가 없습니까.
“구분이 없습니다. 다만 불교는 우주에 존재하는 거대하고도 무수한 세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전지전능하십니까.
“부처님도 어쩔 수 없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인과응보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인연 없는 중생은 구할 수 없습니다. 인연이 없는 사람은 서로 만나지도 않고 만나도 그가 깨닫게 할 수 없습니다. 중생계도 없앨 수 없습니다. 지옥이니 극락도 그저 있는 것입니다.”

-구원의 질적인 차이나 차원은 있는 게 아닙니까.
“불교에는 최고의 진리가 있습니다. 이 세상이 그 진리로 돌아갑니다. 지구뿐 아니라 우주 전체가 불법으로 움직입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들고 관광지로 가도 돈을 다 써버리면 호텔에서 쫓겨나지 않습니까. 극락에 가도 좋은 업보가 다 떨어지면 그렇게 됩니다. 불교는 그렇게 되지 않는 길을 가르칩니다.”

-그 길에는 어떻게 들어섭니까.
“어제가 가고 오늘이 왔다고 해서 날마다 새로운 날이 오는 게 아닙니다. 그 게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 게 그 길의 시작입니다. 불교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세상은 변하니 집착하지 말라. 변하는 것은 괴롭다. 괴로운 것은 해탈해야 한다.’ 부처가 해탈의 길을 제시합니다. 일반인들도 그 길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은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의 개념이 있습니다. 불교의 근본적인 교리인 사성제는 고(苦)·집(集)·멸(滅)·도(道)의 네 가지 진리로 구성됐습니다. 팔정도(八正道)는 불교 수행에서 여덟 가지 올바른 길입니다.”

진실함이 경제난 극복의 열쇠
-불법의 길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습니까. 왜 그렇습니까.
“우리는 생활에 몰두하고 공부에 몰두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헤아릴 수 없는 생을 통해 한 우물을 팠습니다. 인간의 근기(根氣)가 약해 어려운 것입니다. 불도에서 우리 수준은 유치원생도 안 됩니다. 유치원생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답이 나오겠습니까. 게다가 이론적으로는 배워 알 수 있지만 내 마음으로 실증하기 어렵습니다. 이치를 확실히 알고 나면 수행에 들어가야 합니다. 수행은 어렵습니다.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마음 씀씀이,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영원히 남아 우리 미래의 씨앗이 됩니다. 이번 세상에서 나쁜 일을 많이 하면서도 지금 잘사는 사람은 전생에서 그나마 좋은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좋은 일을 한 데서 온 과보가 다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납니다.”

-경제위기 극복에 불교는 어떤 지혜를 줄 수 있습니까.
“부처님 마음을 좇아가다 보면 과학·철학·지혜가 나옵니다. 불교의 진리 속엔 경제에 도움이 되는 진리도 있습니다. 그 진리를 보지 못하더라도 사람을 속이지 않고 진실되게 사는 게 경제난 극복의 첩경입니다. 부처님처럼 상대방 입장이 돼야 경제를 살릴 수 있습니다.”

-불교 신자 대통령이 언젠가 나오기를 바라십니까.
“불교를 실천하면 선정을 베풀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불교 대통령이 나오는 것을 바라는 것은 욕심입니다. 부처님 제자는 내가 차지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것을 바라야 합니다. 불교는 내가 아니라 남이 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보좌하라고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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