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웃던 돌부처‘독사’에 물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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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대일 상황에서 맞선 6회 응씨배 세계선수권 결승 3국. 5번기의 최대 기로라 할 이 3국에서 최철한 9단이 이창호 9단을 꺾었다. 95세의 ‘살아있는 기성’ 우칭위안 9단이 일본에서 싱가포르까지 날아와 입회인(심판)을 맡아 이 결승전은 더욱 화제였다. 우승상금 40만 달러(준우승 10만 달러)가 걸린 응씨배는 이제 단 두 판을 남겨두고 있다. 이창호 9단은 결승전 상대 전적에서 2승4패로 밀리고 있는 ‘천적’을 상대로 나머지 두 판을 모두 이겨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 봉착했다. 4년 전 5회 대회 때 중국의 창하오 9단에게 우승컵을 내주며 분루를 삼켰던 최철한 9단에게 마음의 빚을 청산할 기회가 온 것일까. 나머지 결승전은 4월 말 대만에서 이어진다.

◆최철한 9단이 해설하는 결승3국


장면 1=초반은 흑의 실패작. 백의 빠른 발걸음과 타개능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백에겐 소화되기 힘든 ‘가시’ 하나(흑▲)가 있었다. 이게 77부터 되살아나자 백 대마 전체가 미생마가 되었고 그것이 승부의 중요한 단서가 됐다. 백△는 그냥 77 자리에 막아야 했고 이랬으면 백이 편한 바둑이었다.


장면 2=흑▲ 때가 백의 기로였다. 참느냐, 모험을 거느냐. 86, 88로 귀를 지키면 89, 91로 이쪽이 유린당한다. 이 수단을 막기 위해 백은 뭔가 선공을 하고 싶은 장면이지만 공격은 쉽지 않고 자칫 후수를 잡는 날엔 힘든 사태를 맞게 된다. 미묘한 승부처였다.


장면 3=그러나 103까지의 결과는 백이 당했다. 그리고 곧장 104의 패착이 나타났다. 이 수로 107쯤 연결했더라면 긴 승부였으나 이창호 사범님은 상변에서 당해 이런 식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본 것 같다. 107로 양곤마를 공격하면서 흑은 승세를 장악했다. 191수 흑불계승.  

박치문 전문기자

<결승 3국> ○ 이창호 9단 ● 최철한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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